중소기업과 손잡고 ‘윈윈 정책’ 상생행보 잇따라
제품 개발 단계서부터 힘 합치고 수출판로 개척까지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중소기업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단순 유통 채널의 역할을 넘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중소기업과 힘을 합치고 상품 판로 확대는 물론 해외 수출 개척까지 책임지고 있다.
편의점은 차별화된 상품을 중소기업으로부터 값싸게 납품받아 좋고, 중소기업은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윈윈 모델이라는 평가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1일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1호점인 ‘CU 센터포인트점’을 오픈했다. 이와 함께 중소업체 10여 곳도 CU와 말레이시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 점포는 한국 상품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CU의 인기 PB상품 외에도 한국의 유명 상품과 중소기업 우수 제품들로 가득 채웠다. 오뎅, 떡볶이, 닭강정, 빙수 등 다양한 한국 길거리 음식들도 즉석조리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해외 진출 시 현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전략이지만 CU는 말레이시아에 자리잡은 일본 문화와 차별화 하고 최근 K-Culture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 편의점만의 역발상 전략을 세웠다.
파트너사에서도 상품, 서비스, 인테리어 등 K-드라마에서 보던 한국 편의점을 최대한 똑같이 구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레이시아 젊은층에서 한국 여행이 버킷리스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감도는 굉장히 높다.
이 때문에 CU와 함께 진출한 중소기업 제품들의 실적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소기업과 손잡고 선보인 자체 파우치 음료 ‘델라페’의 경우 오픈 당일에만 200여 개가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CU는 몽골에서도 중소기업과 상생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100여점 이상 운영되고 있는 몽골에서 판매되는 전체 상품 중 30%가 한국 상품이다. 간접적으로 몽골에 진출한 중소협력사만 40여 곳에 이른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중소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편의점 디저트 흥행의 시작을 알린 ‘ㅇㅈ? ㅇㅇㅈ(인정? 어인정)’,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레알 반박불가)’ 등의 디저트 제조업체 ‘피오레’는 2017년 당시 36억원이었던 매출이 1년 만에 4배 가까이 상승했다.
또한, CU의 마카롱 제조업체 ‘조이푸드’는 마카롱이 월 평균 100만개 이상 판매되면서 지난해 생산 설비를 확대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 역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실현 중이다.
자체상표(PB) 과자 ‘초코렛타’를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개발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생산해 GS25에 공급하는 제조 업체 ‘구어메이’는 10년 전 연간 매출 30억대에서 올해 100억대를 바라 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기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 초코렛타 제품이 노출되며 K-푸드 열풍을 타고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로 23만개가 수출되는 성과도 이뤘다.
세븐일레븐도 중소기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10월 중소기업 동림푸드와 손잡고 출시한 세븐일레븐 대표 PB컵라면 ‘교동반점짬뽕’은 세븐일레븐의 대표 지역 연계 상품으로 손꼽힌다.
해당 제품은 2015년 5월 롯데 그룹 우수상품 개발사례 발표회에서 우수 협업 상품으로 선정, 이후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기도 했다. 현재 세븐일레븐 컵라면 베스트 제품군에 이름을 올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제품을 만들게 되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대기업 제조보다 부담없는 수량을 적정한 가격으로 제조 가능하고, 중소기업은 편의점에 입점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제고되는 효과를 얻는다”며 “탄탄한 판매처 확보와 동시에 편의점 MD들의 상품 기획 노하우까지 전수 받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