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라임 CI펀드 개별 안건 따라 40~80% 자율조정 추진
고령자·계약서류 부실 시 배상 가산…법인·전문투자자는 차감
# 지난 2019년 6월 당시 만 74세였던 A씨는 신한은행의 한 영업점을 찾았다.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거의 없던 A씨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안전상품 추천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라임 CI펀드를 추천받게 됐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뒤 원금보장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A씨는 펀드 환매중단 소식이 들려오자 상품 가입 8개월여 만인 2020년 2월 금감원에 부랴부랴 민원을 신청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최근 신한은행과 고령의 일반투자자 A씨 간 라임 CI펀드 관련 분쟁조정 안건에 대해 투자금의 75% 배상을 결정했다.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라임 CI펀드 분쟁은 A씨 사례를 비롯해 총 72건. 당국은 개별 건에 따라 40~80%로 배상 자율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안건에 대한 배상비율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A씨 사례의 경우 원금 보장을 원하는 고령자를 상대로 위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 전반이 불완전판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테면 해당 은행이 A씨의 투자정보확인서를 사실과 달리 '금융지식 수준이 매우 높음'·'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기대 및 손실감수' 등으로 허위 기재하는 등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
'고령투자자 보호절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본래대로라면 투자권유 전 지점 책임자가 A씨를 상대로 '시니어투자자 투자상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했으나 이 역시 판매자가 임의로 작성하고 투자권유 절차를 진행했다. 또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에 사모사채 등 다른 투자대상자산의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두 차례에 걸친 모니터링 콜 관련 절차도 일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분조위는 또다른 피해 투자자인 B법인(소기업)에 대해 투자금의 69% 배상을 결정했다. B기업 역시 공장 매각대금 운용을 위해 안전한 상품 가입을 원했으나 해당 은행은 100% 보험이 가입돼 있어 원금손실 위험이 없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설명으로 투자자 손실을 초래했다. 또 최소가입금액을 실제(3억원)보다 부풀린 5억1000만원으로 안내해 피해규모를 키웠다.
분조위는 "해당 상품(라임 CI펀드)는 은행 PWM(복합점포)에서만 판매가 가능한데도 실제 판매절차는 일반 영업점에서 이뤄졌다"며 "신청인이 서류상 가입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영업점은 신청인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기재했다"고 배상 결정 배경을 밝혔다.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은 기본비율 30%에 공동가산 25%를 더해 총 55%의 배상비율이 적용됐다.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DLF·라임 등 앞선 분쟁조정사례와 같이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감안해 25%를 공동 가산했다.
최종배상비율은 이같은 기본배상비율(55%)에 투자자별 가감조정을 통해 산정된다. 만약 A씨 사례와 같이 상품 가입절차가 까다로운 고령투자자이거나 계약서류가 부실할 경우에는 배상에 있어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가 인정돼 가산 적용이 된다. 반면 금융투자상품 가입에 있어 신중을 기할 여지가 높은 법인투자자이거나 투자경험이 많은 가입자에 대해서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들어 차감 적용된다.
감독당국은 이번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72건에 대해서는 이같은 배상기준에 따라 일반투자자 기준 40~80%(법인 30~80%) 비율로 자율조정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라임 CI펀드의 경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계약취소 및 재조정도 가능하도록 조정결정문에 명시하고 있어 재조정 여지도 남아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에는 환매연기로 상환되지 못한 2739억원(458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