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위한 성차별 부서" "특정 집단 출세 도구"…20대 남성들 비난 봇물
전문가 "여가부, 가족정책 측면 형식적 역할, 업무 중복…구조재편 돼야"
출범 20년을 맞이한 여성가족부가 폐지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이대남)들은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는 침묵하고, 가족 주무 부처로서 저출산 문제 등에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12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의 올해 예산은 1조2325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0.1% 증액됐으며, 정부 전체 예산 중 0.2% 수준이다. 여가부는 여성 사회 참여 확대와 성폭력·가정폭력 등을 예방, 피해자를 보호·지원, 다문화까지 포용하는 가족 정책을 관장하고 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 때 2001년 여성 정책과 남녀차별 개선을 위해 여성부로 출범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과 가족업무를 이관받아 규모를 키웠고, 현재 양성평등과 가족·청소년 정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정책 등의 역할도 도맡고 있다.
하지만 출범 20년이 지난 현재 여가부는 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폐지해야 할 부서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여가부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양성평등과 약자의 권리를 위한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하는데 여성만을 위한 성차별 부서가 됐다"면서 "이제는 김대중 정부 때와 달리 여성의 인권이 신장된 만큼 사라져야 할 부서"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29)씨는 "여가부가 특정 성의 권익만 대변해 남녀갈등과 성대결을 조장했지, 저출산 문제를 위해 지금껏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의문"이라면서 "가족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가족 정책을 제대로 내놓았다면 이렇게 20대 남성들도 반감이 크진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성 평등과 여성 권익 향상을 외쳐온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는 진영의 논리에 따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이 발생했지만 주무 부처인 여가부는 당시 늑장 대응은 물론, 제대로 된 입장 표명조차 망설였다.
결국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사건이 닷새가 지나서야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는 피해자를 '고소인'이라 지칭해 2차 가해가 논란이 됐고, 이틀 뒤 "고소인은 관련법상 피해자가 맞다"고 밝혔다.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여가부는 위안부 할머니가 제기한 정의기억연대의 국가보조금 부실 회계처리 의혹과 관련해 국회의원 자료 제출 요구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여성 인권에 앞장서야 할 단체가 미온적인 대처로 논란을 자초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여가부가 '여'성 피해 외면하고 '가'해자 편드는 '부'의 줄임말이라는 비아냥도 있다"며 "지자체장 성추문 사건과 윤미향 사건 등을 보면 여가부는 여성을 볼모로 집권 여당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익추구 단체이자 특정 집단의 출세 도구"라고 비판했다.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1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일부 대선주자들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48.6%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9.8%였다.
정치권의 여가부 폐지론 공방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연일 폐지론을 외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공세에 발맞추어 같은당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집권하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며 공약까지 내걸었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의 역사적 역할은 끝났다"며 가세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여가부의 업무 영역이 타 부처와 중복돼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여성의 취업, 경력 단절 등은 고용노동부, 아동 양육과 돌봄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성범죄 등의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업무 중복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여가부는 구조 재편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가부가 가족정책 측면에서 사실상 형식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면서 "가족, 노인, 여성, 청소년 업무를 모두 관할하는 부처가 있는 독일처럼 업무를 관할하는 부처로 헤쳐 모이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