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헌절 메시지를 통해 "지금의 헌법은 지난 87년 당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의 정치권이 합의한 헌법"이라면서도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재형 전 원장은 16일 제73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서 낸 메시지에서 "흔히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 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며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제헌절 메시지 전문이다.
[전문]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대통령도 헌법 아래, 헌법에 충성하고, 국민을 섬기겠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한다. 이번 제헌절은 내게는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헌법조문과 함께 살아온 내가 낯선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헌법정신을 다시 마음속에 새겨본다. 지금의 헌법은 지난 87년 당시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의 정치권이 합의한 헌법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돌이켜 보면 이 나라의 정치가 과연 헌법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왔는지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흔히들 말한다.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복, 극한적인 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헌법 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헌법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헌법정신을 지키고 법치주의를 정착시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야 국민이 안전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 더 낳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는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