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송철호도 김경수처럼 결백 작전으로 증인 대거 신청해 재판 지연시킬 것"
"김경수 2심, 결심해놓고 선고 미루다 교체…울산사건 김미리, 1년 3개월 준비기일로 끌다 휴직"
선거범 재판기간 강행규정 권고일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직자가 업무 계속 보게 두는 게 사법정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재판이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재판도 기소후 2년 11개월만에 선고를 내린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재판과 비슷한 양상으로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흔히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으로 평가되는 두 사건 모두 재판부 교체로 공전했고, 송철호 울산시장도 김 전 지사처럼 여권의 광역단체장으로 선출돼 혐의를 전면 부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해 심리를 장기화하는 전략을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이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가 심리하고 있는데, 지난 12일 열린 4차 공판에서야 증거조사에 돌입하면서 검찰이 피의자 15명을 기소한 지 1년 5개월이 지나 본격적인 재판 절차를 밟게 됐다.
재판 속도를 고려하면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송 시장의 남은 임기 10여개월 동안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앞서 김 전 지사의 경우 특검의 기소 후에도 재판이 공전하면서 3년 가까이 별 방해 없이 도정을 운영했다.
전문가들은 송 시장 측이 핵심 혐의를 극구 부인하면서 재판 지연 전략을 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송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전 경쟁자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의 비리 수사를 부탁할 목적으로 당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났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정상적인 경찰의 토착비리 수사였다"고 항변했다.
부산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여권 인사이고 시장이라는 지위가 있어 일부 혐의라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로써 어떤 주장이라도 제기할 수 있는 입장이 용인돼 당장 증거조사 단계에서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25명 이상으로 이들에 대한 심문에만 수개월이 걸린 텐데 향후 변호인 측도 자격이 있든 없든 증인들을 계속해서 신청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재판부가 제동을 걸지 못하면 한없이 늘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유죄가 확정된 김 전 지사의 재판 전략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의 공모 혐의를 적극 부인해온 김 전 지사는 항소심 재판 중 1심에서 심문을 마쳤던 김씨 일당을 대거 증인으로 다시 신청해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결국 항소심은 1년 7개월이 걸린 끝에 실형을 선고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법 선고까지 8개월이 더 소요돼 김 전 지사는 임기 4년 중 3년을 채울 수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공전한 점도 닮았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공판준비기일로만 1년 3개월을 끌다가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최장 3년 근무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그런데도 지난 4월 돌연 휴직계를 내면서 새 재판부는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공판절차갱신을 밟았다.
김 전 지사의 2심 재판부도 주심을 제외하고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와 좌배석 판사인 최항석 판사가 정기인사로 교체된 바 있다. 당시 차 부장판사는 결심 공판까지 진행해놓고 김 지사에 대한 선고를 두 차례나 미뤄 논란이 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재판부 구성원 교체로 인한 공전을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김미리 판사는 지나치게 재량권을 행사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선 교수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를 교체하고 다시 심증을 형성하는 단계를 밟도록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권고규정에 불과한 공직선거법상 '선거범 재판기간 강행규정'을 개정해 동일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1심 판결은 공소제기 6개월 이내에, 2·3심은 원심 선고 후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공직자에 대한 혐의를 다투는 게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 공직자가 업무를 계속 볼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게 사법정의에 부합하지 의문"이라며 "해당 규정이 지켜지도록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교수는 "일반 형사사건도 아니고 선거범을 다루는 데 판사들이 편의대로 규정을 무시하고 재판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하는 건 재판부의 무책임이자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