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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코로나 사각지대 ⓛ] "살려주세요" 두 번 우는 수감자들


입력 2021.08.04 05:04 수정 2021.08.03 18:4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교정시설,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 취약…백신접종 지연 등 정부 방역대책도 후순위

외부 접촉·출입 최소화, '외부와 소통할 권리 제한' 역효과 야기…수감자 건강권·인권 침해

시민사회 "비차별 원칙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백신" 질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열악한 처우의 교도소 안 수감자들은 감염 위험성에 더욱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교정시설이 감염의 주요 원인인 이른바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정부의 방역 대책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다. 지난해 11월 구치소 직원이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 달 수감자 중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집단감염으로 번졌고 확진자는 1200여명에 달했다.


특히 일부 수감자는 구치소 앞에 있던 취재진에게 "살려주세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신문·언론·서신 다 차단. 외부 단절. 식사(도시락) 못 먹음" 등 문구를 종이에 적고 창문 밖으로 내보여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은 지난해 2월 이후 이달까지 총 129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는 유행이 다소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지만, 전국 교정시설에서 산발적으로 소수의 확진자가 나타나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제는 교정본부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수감자 접견을 전면 중단하고 법원 출정, 검찰 소환조사 등 외부 출입을 최소화하면서 수감자 처우는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가 펴낸 '2021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 접견 건수는 195만4000여건으로 2019년 315만8000여건 대비 60% 수준으로 줄었다. 개방된 공간에서 실시하는 장소변경 접견 건수는 572건으로, 전년 6469건의 10%에도 못 미쳤다. 재판 준비를 위한 변호인 접견 및 법원·검찰 출석도 10~20%가량 줄었다.


운동·교육 등이 제한되면서 수용실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교정사고 발생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1일 평균 수용인원 대비 교정사고 발생 비율은 2019년 1.8%에서 지난해 2.3%로 증가했다. 교정시설 규율 위반으로 입건 송치된 건수도 2019년 793건에서 지난해 1006건으로 크게 늘었다.


늑장 백신 접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만 75세 미만 수감자 중 단 1명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고, 75세 이상 교정시설 수감자 207명만이 2차 접종을 마쳤다. 전국 교정시설 전체 수감자 5만여명 중 1%도 채 되지 않는 인원만 백신을 맞은 셈이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감염에 가장 취약한 교정시설 수감자들의 백신 접종 지연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법무부는 지난달 말 뒤늦게 교정시설 수감자 백신 접종계획을 내놨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현황과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교정시설 수감자들이 정해진 형벌 이상의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채완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국제인권기준상 취약계층인 수감자들은 우선으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고 사회와 같은 수준의 건강권도 보장해야 한다"며 "일반 사회 수준에도 못 미친 수용자 권리보장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교정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는 외부와 소통할 권리"라며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서 수감자는 접견이 계속 차단되고 건강권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수감자들에게 사회와 같은 수준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유엔이 명시한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는 이 같은 원칙을 외면한 채 교정시설 수감자들을 후순위에 뒀다. 비차별 원칙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백신"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사태 이후 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중증도에 상관없이 우선으로 구속 집행을 정지하고 가석방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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