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출신 이웅재·정화림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숏폼 영상 제안 받아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더 투탑은 리브(이웅재) 마누(정화림)으로 구성된 2인조 크리에이터다. 크
리에이터가 되기 전 리브는 2015년 청주 FC, 마누는 2013년 김해 시청 축구단으로 입단해 활동한 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스타일리시 풋볼 쇼'를 지향하며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0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첫 채널을 오픈한 더 투탑은, 트릭샷, 튜토리얼, 패러디, 브랜디드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에 축구를 접목시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스타일리시한 축구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28만, 틱톡은 74만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더 투탑은 국제 축구연맹 FIFA가 주관하는 팬무브먼트 플랫폼 대한민국 대표 크리에이터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축구 매거진 골닷컴의 골 스튜디오가 주최하는 골 챌린지에서 전 세계의 축구 크리에이터들 중 3위 기록하는 등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UMBRO와의 스폰서 계약 체결 등 채널 외적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축구 크리에이터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선수 시절에는 자주 벽에 부딪치곤 했다는 더 투탑. 학창 시절과 20대 청춘을 바친 축구 선수로서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걸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꿈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기에 더 힘든 선택이었다. 그러던 중 리브는 '왜 꼭 축구 선수는 선수나, 지도자를 해야 성공했다고 할까?'라고 의문을 가지며 크리에이터 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축구로 성공하고 싶었는데 선수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뛰고 있던 리그는 3, 4부 격이었거든요. 제가 진로 고민을 했을 때가 스물일곱 살 때쯤이었는데. 이 리그에서는 제가 꿈꾸던 선수는 못되겠구나 생각했죠. 생각을 해봤는데 축구에 대한 열정과 꿈이 있는 사람들이 '왜 꼭 선수나 지도자로 성공해야 인정해 줄까'란 의문이 들었어요. 두 가지 길 말고 축구로 나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영국의 축구 크리에이터 F2 보게 됐어요. 외국에서는 축구 크리에이터가 프리미어 리그 선수만큼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했죠. 영국의 F2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아시아 버전을 만들자 결심했죠."
제안을 받은 마누는, 삼고초려 끝에 크리에이터 활동을 결심했다 밝혔다.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것과 퍼포먼스로 축구를 보여주는 영역은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우리는 축구 선수 출신이지 기술을 화려하게 선보이는 프리스타일러가 아니었으니까요.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축구 선수와 프리스타일러는 별개의 종목이거든요. 경기 중에는 화려한 기술을 많이 쓸 수도 없고 장려하지도 않아요. 역시나 막상 하려고 하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1~2년 동안 매일 모여서 두세 시간씩 기술을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외를 겨냥해 영상을 올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따라 할까 봐를 염려한 행동임과 동시에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계정을 없애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글로벌 팔로워들로부터 반응이 오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6개월 만에 1만 팔로워를 모았다. 이들은 더 투탑이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차별점을 이같이 말했다.
"저희가 강조하는 건 '멋있게' 영상을 찍는 겁니다. 협찬을 받지 않아도 협찬을 받은 것처럼, 프로 선수보다 더 프로선수처럼 보이려고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우리끼리 룩북을 만들기도 했어요.(웃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웃음) 일부러 나이키 운동복 맞춰 입고, 공도 나이키 걸로 사고요. 나이키에서 찍어준 것처럼 촬영해서 올렸죠. 그랬더니 엄브로 코리아에서 협찬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때 '아! 이 방법이 먹혔구나' 싶었죠."(리브)
"다루는 콘텐츠는 다르지만 축구 채널로는 후발주자라고 생각해요. 뒤늦게 들어왔지만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채널들이 게스트를 데려와 띄워주는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데, 저희는 무조건 우리가 제일 멋있고 좋은 상품이 되자는 생각입니다. 축구계에서 아이돌 느낌을 내는 거죠. 광고주들이 봤을 때 '이 운동복을 더 투탑에게 입히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거죠."(마누)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모방할까 해외를 겨냥했던 시도는 기우였다.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더 투탑은 축구 크리에이터계 고유명사다. 화려한 축구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에 국내보다는 해외에 눈을 돌려 레퍼런스를 찾고 있다.
"외국에는 저희 같은 채널들이 조금 있어요. 그들의 영상을 보고 저희 색깔로 바꿔보려고 해요. 국내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외국 크리에이터들이 저희 경쟁상대죠."
더 투탑의 일생일대의 사건은 입단 데뷔도, 프로 활동도 아니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새 키트 공개를 위한 숏폼 동영상 제작을 함께 하자는 의뢰를 받은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연락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축구 선수의 로망 끝판왕인 레알 마드리드가 연락이 오다니 정말 꿈만 같았어요. 다른 유명한 구단이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 공식 SNS 팔로워는 1억 명이 유일하게 넘어요. 우리의 콘텐츠를 1억 명이 넘게 보고 있는 공식 채널에게 올려주다니, 그것도 놀라웠어요.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어요."(마누)
"레알 마드리드 새로 부임한 감독 영상보다 저희 콘텐츠가 더 조회 수가 많아서 기분 좋았죠. 그런데 아직 한국 구단에서는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한국 프로팀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리브)
유일한 콘텐츠를 창작하고 있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콘텐츠와 팔로워들이 좋아해 주는 콘텐츠 사이 차이를 줄이는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더 투탑은 트랜디한 효과와 유행에 동참하며 시도로 간극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피, 땀 흘려서 만들었는데 팔로워들은 힘을 조금 빼고 유행을 따라가는 걸 좋아해 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틱톡이나 릴스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저희의 생각을 넓혀준 성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들의 직업 만족도는 축구 선수 때보다 더 높다. 축구 선수 시절,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노력 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결과에 뿌듯함을 느낀다.
"축구 선수 때는 노력해도 잘 안되는 일이 많았는데 더 투탑을 하면서 노력하고, 한 만큼 결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사실을 알고 느끼는 것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미누)
"10대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축구했으나 경험 폭이 좁았어요. 이 일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 기뻐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 투탑을 하려고 축구선수를 했구나' 싶어요."(리브)
이들의 목표는 여러 분야의 활동을 통해 더욱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축구란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와 결합시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축구를 운동장에서만 소비하는 게 아닌 문화적으로 연결시킬 것을 더 고민하고 있어요. 이제 그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 저희의 또 다른 숙제죠."(리브)
"축구 선수와 지도자가 아닌 길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우리가 목소리를 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스포츠계 부조리한 일이 있을 때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힘이 없으면 들어주는 이가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축구는 아직 국가대표가 아니고서는 서브컬처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사랑하는 축구가 발전해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인식될 수 있길 바랍니다. 경기 말고도 축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앞으로도 계속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축구 문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