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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기자수첩] 믿음의 벨트와 공수처


입력 2021.08.09 07:07 수정 2021.08.09 09:55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공수처·檢, 기소권 없는 조희연 교육감의 전교조 특채의혹 사건 놓고 대립

공수처 "같은 검사인데 불기소권 있다" VS 검찰 "기소권 없으면 불기소권도 없다"

수사 완결성 목표라면 검찰과 소모적 갈등 지양해야…믿음의 벨트 양산 산파역할 우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연합뉴스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이게 베스트인거 같아요.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에서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출신 미술학도라 속인 기정(박소담)과 주고받는 대화다. 연교는 주로 고용인을 채용할 때 믿음의 벨트를 이용했다. 믿음의 벨트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배척하는 배제의 벨트이다.


믿음의 벨트는 우리 사회에서 법이나 제도, 윤리의식 등 모든 잠금장치를 뚫는 만능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믿을 수 있는 단체인 전교조를 뽑기 위한 특채를 진행해 교육청 주요 직책으로 임용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 앞에 선 조 교육감은 특정단체 특채가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며 당당하게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와 검찰 두 기관은 조 교육감 사건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는 데서 문제는 불거졌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도 헌법재판소에서 검사로 인정받은 만큼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기소와 불기소 권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보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이같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엉성한 공수처법에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교육감을 수사할 수 있지만 공소제기 및 유지는 할 수 없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를 한 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중앙지검의 검사는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수처는 앞서 밝힌 고위공직자들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검찰에 기소를 요구해야한다고 법은 명시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는가를 놓고 지금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를 요구해도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갈등은 다시 격화되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보완수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반면, 공수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모양새 자체를 마뜩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똑같은 검사인데도, 마치 공수처가 검찰의 하위 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의 '완결성'에 목표를 둔다면 지금처럼 검찰과 소모적인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믿음의 벨트'를 없앤다는 공수처의 궁극적인 목표를 거듭 상기해보면 이런 신경전은 별 의미가 없다. 공수처는 검찰 등 기존 수사기관과 차별화해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엄정히 수사하라는 설립 취지만 되새기면 된다.


출범 6개월을 맞은 공수처는 그 요란스러운 출항에 비춰볼 때 성과가 미비하다. 인력과 수사력 부족 논란은 돌림노래처럼 반복되고 있고,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하지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총 2082건에 이르지만,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11개에 불과하다. 특히, 공수처가 경찰이나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건은 1057건에 이른다. 갈길이 바쁜 공수처가 지금처럼 검찰 등과 대립만 반복하다간 이미 우리 사회에 곳곳에 자리 잡은 믿음의 벨트 양산에 기여하는 산파 역할만 할 지도 모른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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