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적대의도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 거듭 촉구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한미연합훈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북핵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댄 한미 양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대북제재·코로나19·자연재해 여파로 북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가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대화재개 가능성을 거듭 타진하는 모양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사안을 논의했다"며 "국제기구와 비정부 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이 한미의 직접 지원보다는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지난 5월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담긴 남북 대화 및 관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남북 간 인도적 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을 띠는 것은 물론, 미국이 북한을 적대적으로 대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나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요구해온 대화재개 조건인 적대정책 철회가 이미 이뤄졌음을 에둘러 강조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북측에 다시 한번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은 '일단 만나자'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도 거기서(만나서)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적극적 협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북한이 미국의 대화재개 제의에 조속히 긍정적으로 호응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일 자력생생 띄우는 北
"우주 정복정신으로 일하면
경제난관 타개 가능"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을 시사했던 북한은 '구체적 행동' 없이 자체 방역 성과를 과시하며 올해 초 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확립한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에 힘을 싣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인민이 겪는 생활상 애로가 적지 않다"며 경제난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생활에 난관과 애로가 있다고 해서 비사회주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사회주의 생활양식, 도덕관이 흐려지는 것을 방관시한다면 원수의 총구 앞에서 조는 것과 같으며 사회주의 건설을 망쳐먹는 길"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산화·재자원화(재활용) 등 자급자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입하지 않으면 현행 생산과 건설을 할 수 없고 현대화도 하기 어렵다고 보는 패배주의적 관점·수입병에 된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우리 힘과 기술로 우주를 정복한 정신으로 일해나간다면 오늘의 경제적 난관도 능히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국가과학원의 연구성과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요특성 지표들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실시간 PCR 설비를 개발했다"고도 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란 면봉을 활용해 코 또는 입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해 확진 여부를 판독하는 검사를 뜻한다. PCR 검사는 결과 신뢰도가 높아 세계 표준검사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PCR 진단검사에 기초해 코로나 청정국 지위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해왔지만, 검사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지원에 앞서 방역 물자 및 시스템 지원 가능성을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자체 방역망을 하나둘 갖춰나갈 경우, 접점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