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1억원은 기본…반년 만에 3억원 가량 뛰기도
강남권 외에도 중산층 많은 외곽 지역도 '상승세' 지속
전문가 "실거주 폐지로 매물 늘었지만 수요 충족 못해"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전세 신고가' 경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법으로 인한 매물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주인들의 '배짱 호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더 오르기 전에 ‘계약하자’는 심리가 자리 잡으면서 높은 가격에도 도장을 찍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91㎡는 지난달 3건의 거래에서 모두 30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평형에서는 신고가다. 지난 최고가 대비 1억원 오른 가격이다. 해당 평형대는 시세 자체가 들쑥날쑥 했으나 올 초만 하더라도 12억원2000만원의 저가 거래도 있었다.
송파구 잠실동의 레이크팰리스 전용 135㎡ 지난달 21억원에 전세가 나가 종전 최고가인 20억원 보다 1억원 높은 금액에 거래됐다. 불과 한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없으니까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시세가 된다"며 "이젠 직전 거래가 보다는 무조건 더 받겠다는 태도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중산층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도 신고가가 줄을 잇고 있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 101㎡가 지난달 9억원에 전세 신고가를 썼는데, 지난 1월 전셋값이 7억100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년 새에 1억9000만원 가량 올랐다.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3차 84㎡는 지난달 8억원으로 전세 계약돼 올 초 5억원대의 시세와 비교하면 3억원 가량 상승했다.
가격 부담감은 커진 상황이지만,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아실에 따르면 서울 내 전세매물은 2만3194개로 재건축 실거주 규제 폐지 이후 상당부분 회복됐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31일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 시장의 불안은 매매가격의 상승에 후행하는 가격상승과 신규 전세매물 감소 때문"이라며 "재건축실규제 폐지로 매물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정도는 아니다. 특히 재건축아파트는 낡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신축수요는 흡수하지 못 한다"고 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산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더욱 늘어날텐데 전셋값은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자금이 부족한 이들은 월세를 선택하거나 경기도로 나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