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악성 종양 제거하고 썩은 부위 도려내야" 檢 고강도 비판
'대장동 의혹' 특검 요구에는 "검찰 수사 못 믿겠다는 것은 납득 안돼"
윤석열 "이재명, 대장동 개발 본인이 설계했고 최대 치적 자랑…특검 반대 앞뒤 안맞아"
김기현 "여당 현역 국회의원인 박범계 법무장관 지휘 하에 공정한 수사 안 돼"
검찰을 '나치 부역자' '괴물' '악성종양' 등에 빗대며 강한 불신을 표출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신뢰하며 야당 등의 특검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을 비판하며 내세운 대대적인 검찰개혁 의지가 결국은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 아니었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1년 윤석열 검찰에서 일군의 위험한 엘리트들의 모습을 다시 본다"며 "서초동의 위험한 엘리트들(검찰)은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은 '조직에 충성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주어진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인간 본연의 가치가 빠진 성실함은 언제든 거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을 나치에 빗대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개혁으로는 안 될 것 같다.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악성 종양은 제거하고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한다"며 검찰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 지사는 지난해부터 "검찰은 주어진 권한을 남용했고 현재도 남용 중이다", "국민이 맡긴 부정부패를 도려내는 칼이 흉기가 됐다", "온갖 반헌법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반성도 성찰도 찾기 어렵다"며 재차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대장동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요구가 높아지자 검찰에 대한 미묘한 태도 변화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지사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했는데 못 믿겠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박했고, 이 지사는 "특검은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고 일축하며 검찰 수사를 신뢰하고 있다.
아울러 이 지사 측은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들이 모여 수사를 벌이는 합동수사본부(합수본) 구성에 대한 환영 의지도 밝혔다. 과거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혜경궁 김씨' 논란 때는 경찰을 겨냥해 "촛불 정부의 경찰이 맞냐", "경찰 수사는 허접하다", "네티즌 수사대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도 상반된 태도다.
이처럼 이 지사가 검찰·경찰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며 대장동 의혹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대선일이 성큼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받더라도 검·경 수사를 받는 편이 훨씬 낫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이 결정될 경우 수사 범위, 수사 기간, 임명 등 논의 단계마다 정치적 공방이 확산되고 자칫 추가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또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등 친정부 인사가 요소에 배치된 검찰과 달리, 특검은 수사 결과를 제어할 여지가 없고 최악의 경우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잇따른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박 장관을 향해 "여당 현역 국회의원인 법무장관이 (대장동 의혹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면 어떻게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개발을 본인이 설계했고,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까지 해놓고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하면서 "김경수 지사의 악몽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치평론가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 지사가 검찰·경찰 수사만을 고집하는 것은 사건을 5개월이나 뭉갠 경찰과 친정부 인사들이 들어앉은 검찰이 자기 편이 돼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정말로 본인이 떳떳하다면 진작 특검에 응하고 국민적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게 정상이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