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등 대출 규제로 서민 실수요자 분노 확산
"집값 잡기에 급급한 엉터리 정책" 비판 속출
방관하던 文 "차질 없게 관리 하라" 뒷북 지시
기자는 무주택자다. 운 좋게 청약에 당첨돼 2년 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예비 입주자이기도 하다. 처음 청약에 당첨됐을 때만 해도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다"며 기뻐했는데, 지금은 매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 예비 입주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곡소리가 나온다. 혹자는 '아직 입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걱정하느냐'고 말하지만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값을 잡겠다며 만든 정책들이 오히려 가계를 빚더미에 몰아넣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대출을 틀어막겠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을 하고자 스스로 '빚쟁이'가 되겠다며 은행을 찾아가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됐지만 집단 대출이 되지 않아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허다하다. 설상가상으로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까지 정부의 수술대에 올랐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제2금융권까지 합칠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1년 전 1637조3000억원보다 10% 이상 늘었다.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엉터리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감당해야 한다.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도 서민의 분노를 키웠다. 도처에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데도 정부는 지금껏 대출을 은행 재량이라 떠넘겼고,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뒤 방관하다, 이제서야 실수요자 대출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세나 집단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며 특히 전세 대출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과연 서민 실수요자의 분노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정부 정책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만큼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성과'를 남기기 위해, 혹은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집값 잡는 데만 급급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무슨 염치로 대단한 시혜라도 베푸는 양 말하느냐". 정치권 안팎에서 이러한 날선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집값 상승의 주범은 정부고,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만 딴 세상에 사는 듯한 발언이 한두 번은 아니라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는 가슴에 대못이 박힌 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오죽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거액의 상금이 걸린 생존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겼을까. 문 대통령 공언처럼 우리는 현재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