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상 과학적 증거 있으면 공소시효 10년 연장
2003년 강간치상 공소시효, 최대 2023년까지 연장 가능성
법조계 "DNA 등 과학적 증거·상해 입증이 관건"
18년 전 유명 영화감독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주장이 제기돼 사건 공소시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10월께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남성 영화감독 B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B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반면 B씨는 "사실무근"이라며 맞고소를 예고했다.
법조계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2003년에 벌어진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간죄와 강간치상죄의 공소시효는 각각 10년과 15년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며 종전 7년과 10년에서 각각 3년과 5년이 늘어났다.
다만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 즉, A씨의 주장대로 사건이 2003년 발생했다면 이 사건에 대한 강간죄와 강간치상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개정 전의 기준을 적용해 각각 7년과 10년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2010년 4월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강간과 강제추행, 강간 상해·치상, 강간 살인·치사 등의 경우 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
이는 법 시행(2010년 4월 15일) 당시를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성폭력 범죄에도 적용이 된다. 따라서 A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강간치상죄와 성폭법에 따라 연장된 공소시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지의 여부는 과학적 증거 유무에 달려 있다. 최지수 법률사무소의 최지수 변호사는 "속옷이나 옷에서 사람의 체액이나 정액 등 사람에 대한 유전자형이 검출된다면 식별 대조를 위해 수사 자체가 개시될 수 있다"며 "다만 실무적으로 DNA 검출이 용이하지는 않고, 만약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강간죄를 적용할 경우에는 DNA 증거 등이 인정되더라도 당시 공소시효 7년에 10년을 더해도 2020년 10월께에 공소시효가 완료됐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
A씨가 강간이 아닌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하며 "2023년 10월까지 기간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간치상죄일 경우 사건 발생 당시 기준 공소시효 10년에 연장 10년을 인정받으면 2023년 10월까지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의 이승혜 변호사는 "강간치상으로 보려면 피해자가 물리적·심리적 상해가 있는지, 또 그 상해가 2003년 범죄로 인한 상해가 맞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뿐 아니라 실제로 강간이 맞는지, 상해가 그로 인한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