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고릴라 분장 남성,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물 듯
법조계 "제지 안하고 지켜만 본 남성들, 범죄 거든 것 아니면 처벌은 어려워"
"불법행위 일어난 이후에 발견…모여서 사진 보고 즐겼으면 처벌 가능성"
할로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고릴라 분장을 한 남성이 '바니걸' 복장을 한 여성의 엉덩이를 몰래 촬영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변에 있던 남성들은 이런 불법 행위를 보고도 말리기는커녕 엄지를 치켜세우고 웃으며 'OK' 사인을 주고받아 이들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불법촬영 피해자는 전날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 고릴라 분장 남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건 신고를 접수하고 내사 중이던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이 남성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불법 촬영이 발생한 일시와 장소, 피의자 신원 등을 특정했으며 조만간 출석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촬영 당시 이를 방조한 남성들과 피의자 사이의 관계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단 고릴라 분장의 남성은 불법촬영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될 전망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법조계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범죄는 초범일지라도 구속 수사가 이뤄지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한다. 뿐만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고지 명령, 취업제한 명령, 성교육 이수 등 사회적 제약도 받게 된다.
나아가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상에 유포하면 피해가 더욱 크고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돼 법원에서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옆에서 불법촬영 현장을 목격하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남성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해당 남성들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범행을 거들거나 사전에 모의한 것이 아닌 이상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설명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고릴라 탈을 쓴 남성이 불법 촬영을 저지를 것이란 사실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거나, 불법 촬영을 거드는 행위를 했을 때는 방조범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남성들은 길을 가다 불법촬영 행위를 일어난 이후에 알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은 범행을 거드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길을 가다 누군가 폭행당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현장을 그냥 지나쳐 가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한 것을 보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자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 찬반 논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촬영 현장을 목격한 뒤 손가락을 치켜들고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로 방조죄가 성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모여서 불법 촬영된 사진을 보고 즐긴 행위가 확인된다면 방조범으로 처벌받게 될 수도 있다"며 "사전에 범죄행위를 모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범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그것을 조력하거나 부추겼던 행동이 있다면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을 겨냥해 강도 높은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도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건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개진하는 댓글들은 무관하나, 피해 여성에 대해 정도를 넘어선 성희롱성 댓글이나 모욕하는 댓글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실명이나 얼굴을 직접적으로 알린 것은 아니더라도 뒷모습과 옷차림만으로도 피해자가 본인임을 충분히 인식할 특정성이 있다면 고소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성적 모욕감을 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