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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갈라진 동자동…민간개발 언급에 대립 재점화하나


입력 2021.11.04 15:35 수정 2021.11.04 15:35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국토부, 태세전환…"민간개발안 실효성 있으면 추진 가능"

소유주 "거주민과 상생하는 방안 만들 것…임대주택도 반영"

"보일러도 수리 안해주는 사람들"…거주민은 "못 믿겠다"

ⓒ데일리안 황보준엽 기자

"토지 강제수용 결사반대", "거주민과 아름다운 민간개발"


"아름다운 민간개발은 없다", "공공주택사업 환영"


지난 3일 찾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진영과 민간개발을 원하는 소유주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곳을 방문해 처음 본 광경은 색색의 현수막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찬반을 나눈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붉은색 깃발도 곳곳에 꽂혀있었는데,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의미다.


동자동은 지난 2월 발표된 공공주도 사업으로 공공주택 145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총 241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사업방식이었다. 공공이 토지를 수용한 뒤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참여시켜 민간은 배제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즉각 토지 소유주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사업이 한동안 답보 상태이어지며 양측은 대립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다 최근 정부가 민간 주도의 사업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다시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을 당분간 접어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간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소유주들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심경을 묻는 질문에 답했다. 한 소유주는 “주인이 뻔히 있는 땅을 아무런 상의도 없이 수용하겠다고 통보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소유주들의 입장을 들으려 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간 반대 의사를 밝혀온 토지 수요주들은 한시름 덜었다는 입장이다. 지구지정이 완료되면 소유주 대다수가 반대하더라도 정부가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유주와 거주민 모두 만족하는 개발안을 도출해 민간 주도의 개발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일대 건물·토지 소유주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곧 민간 개발안 도출을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며 "거주민과 소유주에게 모두 도움이 될 민간 개발안을 만들어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동자동 개발과 관련 주민들이 제안하는 사업계획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반면 쪽방촌 거주민들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10여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잘은 모르지만 나라에서 개발해서 임대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니었냐"며 "이러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소유주들이 주장한 거주민과의 상생 개발안을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간사는 "민간 개발안에 거주민을 배려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일러나 화장실을 고쳐 달라고 해도 고쳐주지 않던 사람들이다. 정부의 목적이 주거취약층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면 공공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 이들의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오전임에도 복도는 컴컴했고, 거주 공간도 한평 남짓했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했다. 날은 점차 추워지고 있지만, 틀어본 수도꼭지에선 시를듯한 찬물만 흘러나왔다.


박 간사는 "하루 빨리 주거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공공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자동 쪽방촌 거주민들이 지난달 국토교통부 세종 청사 앞에서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동자동사랑방

전문가들은 예정됐던 갈등이라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소유주가 분명한 땅을 수용해서 개발하겠다는 방식은 처음부터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사업을 강행하려 하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에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관의 합의를 통해 도심의 기능을 살리면서 거주민도 정착할 수 있는 합라적인 개발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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