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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터빈으로 탄소중립? EU·美 러브콜 받는 한화 '수소 혼소'가 해답


입력 2021.12.01 11:00 수정 2021.12.01 09:07        평택 =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탄소중립 방안 중 하나로 '무탄소 가스터빈' 관심

한화임팩트, '수소 혼소' 발전 기술로 EU·美 장악력 확대

친환경 연료 쓰며 탄소 100% 감축 목표…서부발전과 협력

송용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개발담당(상무)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에서 '노후 가스터빈 개조를 통한 친환경 수소 발전 사업' 설명회에서 한화임팩트 '수소 혼소' 발전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임팩트

"탄소중립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 '무탄소 가스터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송용선 한화임팩트 수소사업개발담당(상무)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에서 '노후 가스터빈 개조를 통한 친환경 수소 발전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이같이 설명했다.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글로벌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각국에선 탄소 규제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통해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20년 뒤인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담긴 A와 B안은 화력발전을 현저히 낮추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안이 공통적으로 담겨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탄소 가스터빈' 비중이다. A안은 21.5%, B안은 13.8%까지 무탄소 가스터빈 비중을 확대하도록 했다.


탄소중립 당위성은 알겠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무탄소 가스터빈은 낯설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가동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를 말하며 항공, 발전, 기계, 선박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이 과정에서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써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것이 무탄소 가스터빈의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 목표치가 상당히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낯선 기술인 무탄소 가스터빈이 목표치 달성에 기여할 만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 한화임팩트는 '자신있다'고 말한다.


"일반 LNG를 쓰는 가스터빈은 10ppm(100만분의 1) 이상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한다. 경쟁사는 이를 제거하는 탈질설비를 쓰지만 우리는 별도의 설비 없이 9ppm 이하로 질소산화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송 상무는 그러면서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한화임팩트 기술인 '수소 혼소(混燒)'를 예로 들었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터빈에 수소와 LNG를 함께 태워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GE, 지멘스처럼 가스터빈을 직접 만들지 않지만, 노후화된 기존 가스터빈을 활용해 탄소 발생을 현저히 낮춘 수소 터빈으로 개조하는 것이 한화임팩트 수소 혼소 기술의 핵심이다. H2GT(Hydrogen To Gas Turbine)로도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LNG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30% 이상 줄이고 산화질소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가스터빈 개조를 통한 수소 터빈 발전 개념도ⓒ한화임팩트

이를 위해 한화임팩트는 지난 3월 수소 혼소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PSM과 네덜란드 ATH 지분을 100% 인수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했다.


앞으로 한화임팩트는 F클래스, D·E클래스 규모의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 개조 사업 수주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가스터빈은 터빈입구온도(TIT)에 따라 J, G·H, F, D·E클래스로 분류된다.


이중 중대형 이상 가스터빈에 해당하는 J, G·H클래스는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I 등이 장악하고 있다. 대신 한화임팩트는 글로벌 설치용량의 66%를 차지하는 E·F클래스를 집중 공략해 수주 범위를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동중인 LNG 가스터빈 158기 중 가동연수가 15년 이상된 가스터빈 절반(75기, 47%)은 F클래스 이하로, 교체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송 상무는 "15~20년을 사용했더라도 개조하면 그만큼 더 가스터빈을 쓸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사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성만 있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성공시킬 기술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한화임팩트는 수소를 가스터빈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메탄 보다 높은 화염온도, 화염속도, 화염구조 변화에 따른 역화 현상 등 수소 관련 기술들을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연소 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예혼합연소 방식을 적용해 수소 혼소율을 65%까지 늘리면서도 질소산화물을 10ppm 이하로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여기엔 수소 혼소를 위한 연소기, 수소 혼소 연료를 섞는(Mixing) 연료장치, 연소시스템을 제어하는 컨트롤 시스템 등이 탑재된다.

한화임팩트의 수소 혼소 핵심 기술ⓒ한화임팩트

송 상무는 "수소를 터빈에 넣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터빈입구온도(TIT)가 높아지면 질소산화물 배출도 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천연가스와 수소를 넣을 때 연료를 잘 섞으면서 기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수소 혼소 장비의 장점은 GE, 지멘스 등 여러 가스터빈 제조사들의 기존 설비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네덜란드 열병합발전소는 GE 가스터빈에 한화의 수소혼소 발전을 접목해 2018년 기준 수소혼소율 35%를 달성했다. 이산화탄소는 6만t을 감축했으며 앞으로 수소 100% 전소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미국 복합화력발전소도 GE 가스터빈을 개조해 수소혼소율 5%를 달성했다. 이 발전소도 수소 100% 전소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뿐 아니라 한화임팩트는 최근 미국 린든 가스발전소(Linden Cogeneration)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혼소율 40%를 적용하게 됐다.


국내에선 한국서부발전과 수소혼소율 최대 55%를 적용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20% 이상 저감하는 실증사업을 진행중이다. 실증 완료 후 기존 운영 중인 복합화력 설비에 수소 혼소 기술을 확대 적용하는 추가적인 실증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스터빈 연료를 천연가스에서 수소로 단계적으로 대체해 이산화탄소를 100% 줄이는 게 목표다.


경제적인 수소 발전 상용화를 통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한화임팩트는 한국서부발전이 보유 중인 80MW(메가와트)급 노후 가스터빈 1기를 대산공장으로 옮겨 수소 연소기 기술을 적용, 2023년 상반기까지 국내 최초로 50% 이상 수소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개조해 수소혼소 발전 실증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부발전 가스터빈.ⓒ한화임팩트

글로벌 제조사들이 장악한 가스터빈 시장에서 한화는 어떻게 수소 혼소 발전 사업에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까. 송 상무는 "사업 수주 당시 한화는 40% 수소 혼소율을 보장(개런티)한 반면 경쟁사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조만간 경쟁사들도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본다.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 안에서 빠르게 선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임팩트는 이처럼 '실체가 있는' 수소 혼소 발전 기술로 실증 사례를 늘려 '무탄소 가스터빈' 시장에서 리딩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가스터빈을 활용하는 만큼 일자리 보전,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상무는 "기존 발전 연료를 바꾸는 사업이므로, 일자리 보전과 주민 수용성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기 요금 상승 부담감이 있는 데, 기술이 발전할 수록 발전 단가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경제성을 위해 제도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한국이 선도하기 위한 방안 역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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