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8개·서울아산병원 12개…서울 빅5 병원 병상 확보 속속 이어져
현장 의료진 "병상 확보 보다 인력난 시급…9월 인력기준 발표 후에도 충원 안 돼"
병원 측 "병상 늘어나면 코로나19 병동 외 의료인력 그대로 투입되는 것, 인력도 충원되고 있어"
천은미 "다음주 1만명 도달 가능성…오미크론 영향으로 1만명 외 신규확진자 더블링 나타날 수 있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세 속에서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중환자와 준중환자 병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의료진들은 병상 확보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여전히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역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말연시 1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와 준중환자 병상을 일제히 확대했고, 서울성모병원은 준중환자 병상을 추가 가동했다.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기존 38개에서 42개로, 준중환자 병상을 8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41개에서 49개로 늘리고, 준중환자 병상 4개를 신설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20개를 유지하면서 준중환자 병상 21개를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역시 병상 확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각각 31개와 37개다.
이렇게 병상 확보가 돼도 현장에서 병상을 지키는 의료진은 의료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에 여러 명의 의료진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사직하는 인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올해 9월에 정부가 의료 인력 기준을 발표했음에도 아직까지 인력 지원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환자실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체위 변경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몸에 장비가 있는 상태에서 변경하려면 4~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민정 행동하는 간호사회 운영위원은 "일반 병동에서 코로나19 병동으로 간호사들이 옮겨서 채우게 되는데 이 경우 일반 병동에는 신규 간호사들이 채우게 된다. 경력이 아닌 신규 인력 지원이다 보니 일반 병동 현장에서도 업무 마비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해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의료원 등도 사직률이 작년에 비해 올랐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은 "국립대 병원이나 공공병원에서 업무를 쉬고 있는 경력직 간호사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을 발굴해서 적극적으로 채용해 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입장은 좀 달랐다. 병상이 확보되면 그만큼의 인력이 확보되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인력을 같이 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상 확보가 하루 이틀 사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병상을 확보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조정해나가고 있다"며 "코로나19 병동 의료진들이 정신없이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병상이 늘어나면 그 자리에 있던 코로나19 병동 외 의료인력이 그대로 투입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빠져나가거나 그만두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이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병상 확보는 언제 되는지 특정할 수 없다"며 "병상이 확보되면 그만큼 인력도 같이 배정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방역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말연시 1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델타(인도) 변이 영향이 가장 크다"며 "다음주 1만 명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문제는 1만명 외에 신규 확진자가 더블링(두 배 이상으로 증가)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오미크론 변이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