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돌리기 집중
현 정부 정책과 엇박…정책 신뢰↓ 시장 혼란↑
"현실 반영 긍정적…시장 안정보단 부작용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중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 조절이 언급된다.
집값 폭등으로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뒤늦게 세제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증여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조세의 기준가격으로 활용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3월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 전 공동주택 공시가를 시세 대비 90%로 상향하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서다.
최근 아파트값이 오른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올해보다 내년 보유세 부담이 더 증가할 거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정부는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9억~15억원은 2027년까지, 15억원 이상은 2025년까지 각각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단계적 인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년 전 대비 19.05%나 치솟았다. 2018년 5.02%, 2019년 5.23%, 2020년 5.98% 등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단기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23%에 육박했던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가장 많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지난해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세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0.25%나 급등했다. 경기는 23.94%, 대전 20.58%, 서울과 부산은 각각 19.89%, 19.56% 올랐다.
또 코로나19를 재난으로 간주하고 재산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현행 지방세법은 재해를 당하거나 특별한 재정수요 발생으로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지자체장이 당해 연도에 한해 부동산 재산세율을 50% 범위에서 인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재산세 부과 전 관련 법 개정안 발의에 나선단 방침이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를 늦추는 방안은 다주택자에게도 혜택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거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그라지지 않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급작스런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추진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뒤늦은 선심성 정책으론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단 반응이 나온다.
현 정부와 여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엇박자를 내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에 따른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단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것 자체는 반길 일이다. 규제를 옭아맬 때와 달리 이미 규제가 시행된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만 조금씩 완화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면서도 "속도 조절을 하겠다면 1년 유예 정도로 그칠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늦춰야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건 내년 대선 이후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며 "시장 안정보다 당장 선거를 위한 선심성 발언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여당의 표심 잡기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혼란에 따른 부작용은 서민들이 다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