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총액은 공감대, 보장 금액에서 큰 이견 차
구단의 안전 장치, 선수 자존심과 충돌 일으켜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 섭섭한 계약 조건 제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복귀를 마음먹은 양현종이 친정팀 KIA 타이거즈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KIA와 양현종은 지난 14일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큰 이견 차를 확인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양현종 측은 ‘서운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총액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이 된 부분은 역시나 보장 금액이다.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양현종은 보장 금액을 분명하게 원하는 반면, KIA 구단은 몸값을 온전히 해낼지에 대해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먼저 양현종은 첫 번째 FA 계약을 맺을 당시 장기 계약이 아닌 단기 계약을 맺었다. 당시 양현종은 일본 등 해외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KIA 구단은 최형우, 나지완과 계약하느라 만만치 않은 지출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양현종은 4년간 단기 계약으로 20억 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을 받았고 성적 면에서도 매년 톱클래스 기록을 찍으며 성공적인 FA 사례로 남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양현종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빅리그에 안착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국내로 유턴했지만 그 사이 구단의 사정이 달라졌다.
성적 부진에 빠졌던 KIA는 단장과 감독 모두를 교체했고 특히 새 지휘봉을 잡게 된 장정석 단장은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KIA 구단이 양현종에게 과도한 옵션을 부여한 이유는 역시나 34세 투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IA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팀이기도 하다.
KIA는 2015년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한 프랜차이즈 스타 윤석민을 복귀시키면서 당시 역대 최고 금액인 4년간 9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선사했다. 윤석민은 복귀 첫 해 마무리 중책을 맡아 30세이브를 올리는 등 제 몫을 다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부상으로 신음했고 연평균 22억 5000만 원의 계약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윤석민 사례를 거울삼은 구단은 안전장치로 양현종에게 과도한 옵션을 매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선수가 부진 또는 부상 없이 계약 기간을 보낸다면 구단 입장에서 돈이 아깝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또 다시 부담스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지만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실제로 2011년 LG 박용택은 3+1년 34억 원의 계약 중 보장금액이 절반에 못 미치는 15억 5000만 원의 조건을 수용했다. 박용택은 묵묵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고 결국 옵션을 채우면서 구단과 선수 간 윈-윈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