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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4범·부인 법카·선제타격·전쟁'…투표 독려 가장 '네거티브 현수막' 판친다


입력 2022.03.06 06:25 수정 2022.03.06 18:3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경북 구미·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투표 독려 내세워 이재명·윤석열 비방 현수막 등장

'위선·내로남불' 금지했던 선관위, 이번엔 "정치적 표현 자유 최대한 허용, 특정 명칭·성명만 안 돼"

전문가들 "네거티브 현수막 경쟁, 지지층 분노 활용해 투표 참여율 끌어올리려는 것"

"정책 실종되고 차별점 없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 나타난 결과…남은 것은 인신공격 뿐"

'엄마 전과 4범이 뭐예요? 투표로 답해줄게' 투표 독려 현수막.ⓒ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현수막에 쓸 수 있는 표현의 범위를 넓히면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네거티브 공격성 문구가 담긴 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정책이 실종되고 양강 후보간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공방만 남은 현실을 현수막 문구가 반영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북 구미에서 '엄마 전과 4범이 뭐예요? 투표로 답해 줄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또 다른 현수막에는 '형수에게 쌍욕한 자 후보자격 없다' '남편은 대장동 설계, 부인은 법카로 쇼핑' 문구로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와 함께 사전투표 3월 4~5일, 본 투표 3월 9일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대전에는 '전쟁 부추기는 후보! 투표로 심판합시다!' '경제 살릴 대통령 vs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평화의 대통령 vs 선제타격 대통령,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등의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이 걸렸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수막을 통한 투표 독려는 허용하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선거법으로 인해 형식적인 명목은 '투표 독려'지만, 사실상 특정 후보 지지자나 정당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연상할 수 있는 문구를 담아 네거티브 성격의 현수막을 내걸 수 있게 됐다.


특히 선관위가 '위선, 무능, 내로남불'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다고 했던 4·7 재보궐선거와 달리 올해 선거부터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판단 범위를 넓혔다. 선관위는 "'엄마 전과 4범이 뭐예요? 투표로 답해 줄게' 등과 같은 문구는 사용이 가능하다"며 "현재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이 특정되는 경우에 한해 현수막의 문구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어 이용 가능한 현수막 문구 사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투표 독려를 빙자해 상대방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고 본다"며 "선관위에서 표현의 자유를 넓혀줬을 뿐인데, 이번 대선은 정책이 실종되고 마땅한 대표 공약이 없는데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을 벌이는 구도라서 이런 네거티브 현수막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TV 토론에서 막말로 싸우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정치권에서 네거티브를 벌이는 게 그대로 국민들에게도 투영된 결과라 본다.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굉장히 쓰다. 정치권이 정책 중심으로 앞으로 국민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집중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같은 현수막은 지지층들을 향해 열심히 투표에 참여해달라는 독려의 의도가 있다. 동시에 지지층들의 분노를 활용해 투표 참여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후보에 대한 비방 문구인지 쉽게 짐작이 가능하게 해 어떻게 보면 '편법 현수막'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성 성격이 짙은 현수막이 걸리는 것은 이번 대선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양강 후보간 차별점이 크게 없고, 차별화를 하기도 힘들다. 과거에는 그래도 수도이전 문제 등 사안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이슈가 없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 후보자들의 실력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는데, 그렇다 보니 남는 것은 인신공격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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