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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부인한 ‘S 공포’…우리 경제 턱밑까지 왔다


입력 2022.03.08 14:11 수정 2022.03.08 14:13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한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할 때 아냐”

원자재 현물지수 상승률 오일쇼크 이후 최고치

전문가 “스태그플레이션 상당히 진행 중”

홍 부총리 “인플레이션 악순환 진입 우려”

참여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방위적 경제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연일 큰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이번 사태가 겹쳐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5개월 연속 3%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가 거의 미치지 않았을 때의 수치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면서 이번 달이야말로 4%를 넘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할 때 아냐”…당시 전면전 고려 하지 않은 발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실제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물가상승에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OECD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의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를 기록했다. 1991년 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으로 좁혀봐도 상승률은 6.5%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월 말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 천연가스, 곡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이번 달부터는 고물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 아니냐는 질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최근 물가 오름세가 높기는 하다”면서도 “성장 흐름을 보면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 회복에 힘입어 금년뿐 아니라 내년에도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이 된다면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우크라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므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고,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서방에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 위축, 국내 생산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총재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부인할 당시만 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던 시기로, 전면전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결국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13.02%가 오르면서 1974년 오일쇼크 이후 48년 만에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S&P 골드만삭스 원자재 지수도 20.03%가 오르면서 52년 만의 최고 주간 상승률로 기록됐다.

정부 ‘성장률·물가’ 전망치 수정 가능성…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편 일각에선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제시했던 성장률 목표치(3.1%)와 물가 전망치(2.2%)의 수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물가 4%·성장률 2%대’를 내다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물가가 4% 정도 나오면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공급망 등 문제 때문에 안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나왔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물가가 3%대 상승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 상황이 악화하면서 인플레는 상당히 거센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공급 비용 상승이 경기를 위축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상승→고용감소·제품값 상승→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이어지는 국제유가 급등 상황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예전의 인플레이션 악순환(inflationary spiral)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며 “특히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 시켜 민생과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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