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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개발해도 늦었다" 임상 중단 기로…'계륵'된 코로나 백신


입력 2022.03.15 12:05 수정 2022.03.15 12:05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개발 성공해도 화이자, 모더나 등과 경쟁 어렵다는 한계

세계 각국 '위드 코로나' 분위기도 백신 개발 당위성 떨어뜨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한R&D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찍고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던 국내 제약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아예 개발을 포기하거나 백신 개발 전략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 11일 "지난해 승인받은 인도네시아 2·3상 임상 시험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더불어 아르헨티나에 신청한 부스터 백신 임상 신청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세계 각국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자 백신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넥신은 2020년 6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사람 대상 임상을 시작하며 국내 기업들 중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해 12월엔 변이 바이러스 대응 차원에서 후보물질을 'GX-19N'으로 변경해 임상을 재신청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지난해 8월에는 글로벌 임상 2/3상의 접종 대상을 건강한 성인에서 기존에 불활화 백신을 맞은 성인으로 변경, 부스터샷 효과를 검증하는 것으로 임상 전략을 돌연 바꿨다. 온전한 백신 개발에서 부스터샷 개발로 전략을 바꿨다가 임상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늦은 임상 속도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더나, 화이자,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 백신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보급돼 국산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이들 백신과 경쟁해 팔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미 백신 1, 2차 접종률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애써 개발한 백신을 시장에 내놔도 접종할 대상이 적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개발 속도가 뒤쳐진 것은 자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상 백신 임상에는 피험자 1명당 1000만원 안팎이 든다. 여기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내는 비용과 분석비용, 인허가 비용,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도 3만명 이상 규모의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수천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포기를 두고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을 포기한 제넥신도 그렇고 일부 기업은 아직 한 번도 출시된 적 없는 DNA 백신 플랫폼으로 백신을 개발해 천문학적인 대규모 임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위드 코로나'로 갈 경우 사업성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제넥신의 레이스 이탈로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등 7곳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는 대조백신이 없어 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셀리드는 지난해 11월 임상 2b/3상을 동시에 신청했지만 3상은 불발됐다. 셀리드는 애초에 2b상은 125명 규모로 임상을 디자인하고, 3상은 시험백신 3100명과 대조백신 1000명 등 총 4100명의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대조백신 부재를 이유로 3상은 승인받지 못했다. 백신기술과 제조 노하우 유출 우려로 화이자나 모더나로부터 대조백신을 제공받기 어려워서다.


이처럼 어려운 국내외 상황에도 불구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꾸준히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중인 백신 'GBP510'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상반기에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중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서 개발된 첫 코로나19 백신이 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90%에 임박한 점을 고려해 1·2차 기본접종용 백신 외에도 부스터샷 접종이나 소아청소년 대상으로도 품목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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