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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가 주장하지 않은 사유 심리…대법 “재판 다시 해야”


입력 2022.03.21 11:40 수정 2022.03.21 11:42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원고 “도시정비법 위반한 조합장 자격 없다”

1심에선 원고 청구 기각 “조합장, 전입신고 완료”

2심에선 원고 승소 “조합장 자격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2심, 조합장 자격 요건 따진 건 잘못”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법원이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내용을 기초로 판단했다면 변론주의 원칙을 어긴 것이므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변론주의 원칙은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한 것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조합원 A씨가 재개발정비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인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7월 조합장에 재선출된 B씨가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만큼 조합장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 가족이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B씨가 조합장 선임 몇 개월 전에 정비구역 안으로 전입신고를 해 ‘거주하고 있는 상태’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도시정비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조합장 결격 사유가 되는데, B씨가 100만원을 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B씨에게 조합장 자격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시정비법 41조 1항을 보면 조합장 등 임원은 정비구역 거주자여야 하고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건축물 등을 5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B씨가 선임 7개월 전에 전입신고를 했으므로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2심이 원고 A씨가 주장하지 않은 요건을 문제 삼아 청구를 받아줬다는 이유에서다.


도시정비법 41조 1항은 선임 전 3년 내 1년 이상 거주 등 자격 요건을 다룬 ‘전문’과 조합장으로 선임된 사람이 정비구역 거주를 이탈하면 자격을 상실한다는 상실 사유 규정을 담은 ‘후문’으로 구성된다.


A씨는 법정에서 41조 1항의 후문을 근거로 B씨가 자격 상실 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만 주장했는데, 2심이 전문을 따진 것은 변론주의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A씨의 청구를 반드시 기각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파기환송심에서 원고가 41조 1항 전문을 다시 주장하는 것으로 주장을 변경하는 경우 심리 결과에 따라 인용될 수도, 기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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