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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은 다 도망갔다"…LH發 부동산 투기 수사가 남긴 것들 ①


입력 2022.03.23 05:46 수정 2022.03.22 22:35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적발 인원 90% 일반인…고위직 부동산 투기 찾겠다는 본연의 취지 실종, 경찰 비난 봇물

전문가 "초반 수사, 전수명단 조사 방식으로 진행돼 적발하기 쉽지 않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해서 오히려 의심 덜 가고, 남의 명의 투기 더 쉬워"

"구속시키거나 처벌 자료 찾지 못하면 소용 없어"…"수사과정 전모 공개되지 않아 아직 판단 일러"

경찰청 전경 ⓒ뉴시스

직원들의 땅 투기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경찰청·금융위원회·국세청·한국부동산원 등 1560명이 투입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했고, 특수본은 지난 1년 동안 주요 공직자 등 모두 4251명을 송치하고 이 가운데 64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수사대상에 오른 전·현직 국회의원 33명 가운데 6명만이 검찰에 송치됐고, 이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단 1명이었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찾겠다는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적발된 인원의 90%가 일반인으로 경찰의 고위공직자 대상 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초반 수사가 전수 명단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적발하기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미 차명으로 돌려놓은 투기범들이 많은 가운데 초반 수사가 전수 명단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적발이 쉽지 않았고 수사 실효성도 떨어졌다"며 "투기 의심 사례를 짚고 집중적으로 수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자기 명의로 한 사람들 중에는 보통 본인 스스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교롭게도 이런 사람들만 적발됐고, 의도적인 투기범들은 잡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고위공직자의 경우 재산공개를 하도록 돼 있어 적발이 더 쉬울것 같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미 재산공개로 한 번 걸러지다 보니 의심이 덜 가고 남의 명의로 투기하는 등 철저하게 저지른 사례들이 많아 더욱 적발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소유권에 대한 등기가 돼있어야 하고 투기 내역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차명이나 타인 명의 투기 등으로 자료를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나 관련자들의 진술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수사를 하더라도 구속 시키거나 처벌할 수 있는 자료를 찾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경찰이 자료수집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겠지만 충분하게 파악하지 못 했을 수도 있고 공직에 있던 사람이 문제로 노출되기 전에 재빠르게 처리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옹호론도 있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 적발이 크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많이 입건됐다고 해서 수사가 잘못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첩보나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또는 검찰에서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을 이관하지 않았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수사과정의 전모 등이 공개된 것이 아니기때문에 함부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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