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역량 자격시험, 최초 도입
할당제 폐지로 '공평한 기회' 강조
국민의당과 '공천 합의'도 급물살
당 내선 '깜깜이·돈 공천' 금지령
국민의힘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쇄신에 나섰다. 능력만으로 인물을 평가해 각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후보를 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선 공평한 기회와 계량화된 기준으로 공천을 실시하는 만큼 국민의힘의 이번 공천 쇄신안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다음달 9일 지방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예비출마자를 대상으로 '공직 후보자 역량 강화 자격시험(PPAT)'을 실시한다. 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는 국민의힘 예비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평가로 9등급제의 상대평가로 실시된다.
PPAT는 기초·광역 의원 출마자의 능력을 시험으로 평가해 출마 자격을 심사하겠단 취지로 낸 이준석 대표의 공약이다. 이 시험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출마 지원이 가능하다.
시험은 ▲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외교·안보 ▲안전과 사회 등 6가지 과목으로 나뉜다. 국민의힘 소속 지방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지난 1월 28일부터 당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게시된 관련 온라인 강의와 자료 등을 보고 열공모드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으로 정당 공직 후보자의 역량을 일제 평가하는 것은 한국 정치사상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라며 "시험 최소 등급 기준 적용은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충분한 역량을 갖춘 비례대표 의원들이 공천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 능력 기준의 출마 후보 선별을 강화하기 위해 '할당제'를 폐지했다.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인위적 구분이 아닌 모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두는 공정원칙으로 능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같은 기회를 부여하겠단 취지다.
이에 지난 27일 국민의힘은 중앙 사무처에 있는 여성·청년·직능국 3개 부서를 통폐합하고 미래국을 신설했다. 이는 지난 24일 이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당 차원의 여성·청년 등 할당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것의 후속조치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돈 공천'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실력도 측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활동, 당에 대한 기여 등의 비정량기준으로 공천을 받거나, 공천관계자와의 친소관계 등을 의심받는 경우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단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받았던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인한 공천 논의도 별 탈 없이 해결되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양당 합당 문제를 각자 3인의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양당은 지방선거 출마자도 통합된 공관위의 심사로 결정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측 공천 신청자들도 PPAT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며 "과거에 미래통합당 출범 당시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 간 합당이 늦어져 따로 공관위를 따로 구성해 나중에 합쳐지는 절차가 있었는데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엔 그런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도 공천쇄신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지난 24일 "공정과 상식을 공관위 운영의 원칙으로 삼겠다. 공천의 전 과정을 공명정대하게 진행하겠다.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어떠한 결론도 도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돈 공천, 당의 실력자들이 내리꽂는 공천,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짜맞추기 여론조사-심사를 하는 짬짬이 공천, 전부 몰아내겠다"며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고 싶은 인재들, 신진기예들이 우리 당에 들어와 불이익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익명 인터뷰 경계령을 내린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이 대표는 25일 "공식 기구들의 결정사항에 대해 당에 공식적인 경로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익명 인터뷰'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비겁하기까지 한 것"이라며 "이제 다들 익숙해지셨겠지만 익명 인터뷰 경계령을 내린다"고 경고했다. 지방선거 공천심사와 관련한 당 내홍을 일으키는 일은 엄단하겠단 경고의 메시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정권 초기 '허니문 시기'라는 강점이 있는 만큼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며 "계량화 된 수치로 세워진 객관적 기준으로 공천을 한다면 당내 잡음이 상당히 줄어들어 더 긍정적인 상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