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사 만들어도 수주 활동 어려울 것
국토교통부는 올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사실상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제재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83조 제10호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처분 권한은 서울시에 있는 만큼 국토부가 처벌 수위를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국토부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는 게 국토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
▲HDC현산이 등록말소 처분을 받게 된다면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처음인가.
-그렇다. 등록말소는 지금까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관련법에 따라 처음 있는 것. 이후 지금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해왔다.
▲영업정지 1년 처분이 확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제한을 받게 되나. 과거 사례도 있었나.
-우선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효과는 신규사업 제한이 따른다는 것. 기존 수주계약이 체결된 건에 대해선 계속해서 시공할 수 있다. 이제까지 부실시공에 따른 행정처분 건수는 총 20건이며 등록말소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1건, 영업정지는 19건으로 그 중 6개월 이상 처분은 4건 정도다.
▲시공사가 이전에 수주한 건은 계속 시공할 수 있다면 등록말소의 실효성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또 새로운 회사를 차려서 해당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지 않나.
-등록말소는 회사의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입찰 참가에 중요한 요소가 과거의 실적이다. 특히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제에서는 과거 실적을 높게 평가하고 그 비중도 크다. 가령 30층 이상 아파트 시공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고속도로 건설 경험 여부 등 동일한 공사 실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유사한 이름으로 새 회사를 설립해도 실적 없는 신생기업이 되는 것이란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
▲HDC현산은 1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인데 새롭게 회사를 만들면 수주에 큰 어려움이 따를까.
-발주자가 판단할 사항이다. 특정 회사가 없어지고 그간 쌓은 실적이나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등록말소는 건설업에 있어서 큰 영향이 있을 거로 판단된다.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둘 중 하나만 요청하지 않고 두 가지를 모두 제재 관청에 요청한 이유는.
-건산법 83조 10호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할 수 있으나, 하위법령에서 위임된 처분 권한에 대해서 국토부가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중에서 특정 처분을 확정적으로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건산법 시행령에서 서울시로 위임된 사항이기 때문. 다만 이번 사고와 같은 경우, 등록말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고, 국토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주도록 요청한 것.
이에 중대 사고 발생 시 처분 권한을 국토부 장관으로 환원하는 시행령 개정 추진에 나서는 것. 내일부터 입법예고되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고의나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국토부가 처분할 수 있게 된다.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1년은 제재 수준의 차이가 너무 큰 게 아닌지.
-현행 건산법 83조의 경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중 선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형평성 차이가 크다는 점이 있다. 이 때문에 부실시공으로 중대한 손괴,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 등록말소를 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지자체가 아닌 국토부가 처분 권한을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법상 처분을 내리는 데 모호한 점은 없나.
-현행 건산법 83조에서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이 이미 가능해 다른 수위로 처벌을 내릴 수 없다. 비슷한 82조의 경우 1년 이하로 규정해 1년, 8개월, 6개월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광주 학동참사의 경우 82조가 적용됐다.
▲서울시가 국토부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나.
-통상 관청에서 국토부 의견을 불수용한 사례는 없으나 83조에 근거한 등록말소 요청은 처음이다.
▲지난해 학동 붕괴사고와 달리 공중에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이번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인근 상가와 차량 등 물적 피해는 물론 추가적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큰 점이 고려됐다. 반면 지난해 발생한 학동 참사는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시설물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철거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이번 건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학동 참사와 함께 가중처벌에 대한 고려도 있었나.
-현행법상 가중처벌은 불가능하다. 학동 참사는 건산법 82조, 금번 아파트 붕괴사고는 83조가 각각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