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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브리핑] "KBS, 수신료 루블로 받나?" 우크라 의용군 위치 노출 논란 가열


입력 2022.03.31 05:04 수정 2022.03.31 00:09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네티즌들 "KBS, 러시아軍에 폭격 좌표 찍어줬다" 비판 쇄도…책임있는 사과 요구

KBS "정확한 GPS 위치값 아냐…참전자 다른 지역으로 이동" 해명

시청자들 "의용군 떠났으니 괜찮다? 민간인 공격받으면 누가 책임지나"

전문가들 "지나치게 상세한 위치, 불필요한 정보…의용군도 보안 지켜야"

KBS의 "정확한 GPS 위치값이 아니다" 해명에 네티즌들은 KBS 방송화면에 나온 호텔 위치 정보가 의용군이 물렀던 호텔 내부 사진과 동일하다며 의혹 제기를 계속했다.ⓒ온라인 커뮤니티

KBS가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의 위치를 노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참전자의 위치 표시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린 그래픽으로 정확한 GPS 위치값이 아니라는 거듭된 KBS의 해명에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에서 상세한 위치 정보는 민간인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며 기자뿐만 아니라 의용군도 군사 보안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8일 KBS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했다고 주장하는 한국 청년 2명과의 화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앵커는 "청년들이 제공한 사진의 GPS 위치값을 분석해 인터뷰 당시 이들이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있는 걸 확인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면서 그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만한 자료 화면까지 띄웠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KBS가 군사보안 사항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러시아군에 폭격 좌표를 찍어줬다" "의용군과 인터뷰했다고 위치까지 노출하는 게 정상적이냐" "러시아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정보를 얻어서 확인 사살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한국에서 전쟁나면 인터뷰 딴다고 GPS 공개할 것이냐" 등 거세 비난을 가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의용군 훈련 시설을 폭격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 르비우에서 북서쪽으로 40㎞ 떨어진 야보리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시설 국제평화안보센터(IPSC)를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해당 공습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영토로 오는 외국 용병 제거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확한 GPS 위치값이 아니다"라는 KBS의 거듭된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KBS 방송화면에 나온 호텔 위치 정보가 의용군이 머물렀던 호텔 내부 사진과 동일하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이 확산되자 KBS 측은 해당 리포트의 인터넷 기사에 "앵커멘트에 나온 참전자의 위치 표시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린 그래픽으로 정확한 GPS 위치값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KBS는 "인터뷰는 지난주 진행됐고 한국인 참전자들은 인터뷰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KBS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BS 그래픽에 나타난 위치에 있는 호텔 내부 사진과 KBS가 보도한 르비우의 호텔 내부 사진을 비교한 결과 동일한 곳이라는 지적이 재차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KBS 방송화면에 노출된 벽이 튀어나온 부분과 환풍구, 커튼색이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KBS가 거짓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해당 보도를 본 직장인 이모(32)씨는 "KBS의 해명대로 정말 그래픽에 나온 GPS 위치값이 정확한 참전자의 위치 표시가 아니라고 해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의용군이 떠났으니 괜찮다고 주장하는데, 르비우 인근에 거주하는 죄없는 민간인들이 공격받아서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공영방송의 안보의식이 너무 낮다. 수신료를 루블(러시아 화폐단위)로 받느냐"고 비꼬았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우크라이나 참전 의용군의 위치를 노출시킨 기자의 해고와 공영방송 KBS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전쟁범죄를 도우는 이적행위를 한 이모 기자에 대한 책임 있는 처벌을 요구하는 바이며,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변명과 회피가 아닌 방송사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군사 안보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를 상세하게 보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참전했고, 어느 지역 정도 갔다는 것을 넘어 의용군의 GPS 위치값을 상세하게 노출하는 것은 저널리즘적으로 바람직한 보도 방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어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와 한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도 사실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정부에서 한국 사람이 국제의용군으로 지원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언론 보도로 러시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전쟁의 참화를 겪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의용군의 거주 위치는 군사 보안에 해당이 될 수 있다"며 "의용군이 거주지를 이동한다고 해도 전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해당 장소를 공격할 경우 민간인이 살고 있던 지역이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자에게만 잘못을 미루기 보다는 건물과 지형을 알아볼 수 없게, 의용군이라고 해도 기본 군사보안 지침은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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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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