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韓 인사청문안 제출
재산 82억 중 51억이 현금
김앤장 고문으로 고액연봉
임대수익, 이해충돌 가능성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7일 국회에 제출됐다. 한 후보자의 재산은 10년 만에 약 두 배 증가한 82억원으로, 공직 은퇴 후 재산형성 과정이 국회 인사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서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새 정부 국무총리로서 책임감 있게 내각을 이끌며 민생과 외교, 안보를 빈틈없이 챙길 적임자"라고 밝혔다.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으로 총 82억5937만원을 신고했다. 지난 2012년 공직에서 물러날 당시 재산 신고액(40억6700만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40억원 이상 늘었다.
한 후보자 재산 상승 주요 배경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면서 얻은 고액 연봉과 에스오일 사외 이사로 위촉되면서 1년간 약 8000만원을 수령한 것 외에 집값 상승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은 현금이다. 한 후보자(32억4999만원)와 배우자는(19억448만원)는 총 51억5447만원을 신고했다.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19억7748만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으로 한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에 3층짜리 단독주택(25억4100만원)을 배우자는 인천 남동구 소재 임야(6776만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한 후보자는 3층 단독주택을 1989년 장인으로부터 약 3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해당 주택 매입 직후부터 1999년까지 10년간 미국 통신업체 AT&T 한국법인과 미국계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한국 자회사에 월세를 주며 6억원가량의 임대수익을 얻었다. 또한 이 주택은 한 후 보자가 지난해 100억원에 매물로 내놨으나 매각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한 후보자가 자신의 주택을 미국계 기업에 임대했던 1989~1999년 사이 상공부 산업정책국장과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특허청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이다. 임대수익을 고리로 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인사청문준비단은 이에 대해 "1989년부터 외국계 기업 두 곳에 주택을 임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임차인 선정과 계약 과정은 모두 중개업소에 일임했으며 해당 회사 관계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하거나 만난 사실이 아예 없다"며 "임대 수입은 투명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 한 후보자는 1563만원 상당의 2016년식 제네시스 자동차를 보유했다. 본인 명의로 골프회원권·콘도회원권·헬스회원권 8550만원, 0.7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소유했다. 배우자는 증권·채권 2억6500만원, 1억3000만원 상당 골프회원권을 소유했다고 신고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던 만큼 이번에도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재산형성 과정 등 각종 의혹이 부상하는 상황이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를 겨냥해 "상한 귤과 멀쩡한 귤을 함께 놓아두면 멀쩡한 귤까지 금세 상한다. 민주당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 상한 귤을 잘 골라내겠다"며 고강도 인사검증을 예고했다.
윤 당선인측은 "한 총리는 언론인들이 함께 검증하고 함께 만든 총리후보"라며 검증에 문제 없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 후보자 청문기한은 오는 26일이 된다.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특위에서 보고서를 채택한 이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임명할 수 있다.
한편 한 후보자는 1970년 행정고시 합격 후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