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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매각 시동…'쩐주' 쥔 쪽이 승기


입력 2022.04.12 12:36 수정 2022.04.12 12:37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쌍용차 재매각에 KG그룹·쌍방울그룹 '2파전'

인수 자금 외 운영자금까지 1조원대 자금 필요

'승자의 저주' 불식시키기 위한 우군 확보 나설 듯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새 주인 찾기에 공식 돌입했다. 유력 후보군으로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인수 자금 규모와 자본 조달 방안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쌍용차 인수 완료 후 소요되는 운영자금까지 고려하면 최소 1조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자체 자금 조달 뿐 아니라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FI)를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과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재매각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매각 방식은 조건부 경쟁입찰인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호스는 우선매수권자를 정해 두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다른 후보자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인수자를 변경할 수 있기에 쌍용차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측은 이번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스토킹 호스 방식의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매수권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은 만큼 이르면 다음주께 우선매수권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외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매각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특수장비자동차 계열사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린 쌍방울그룹은 전날 사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공식 인수 후보자로 발 빠르게 이름을 올렸다.


광림 컨소시엄에는 쌍방울그룹에서는 광림·쌍방울·나노스가, KH그룹에서는 KH필룩스가 각각 참여한다. 앞서 광림은 성석경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광림을 주축으로 쌍방울그룹은 남산 그랜드 하얏트 및 알펜시아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KH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KH그룹은 전자 부품·소재 및 조명 회사인 KH필룩스를 주축으로 음향사업 회사 KH일렉트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KH그룹과 손을 잡은 것은 자체 체력만으로는 연 매출 2조원대의 쌍용차를 인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림은 지난해 매출액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의 실적을 냈다.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33억원, 유동자산은 1329억원 정도로, 매각이 무산된 에디슨모터스에 비하면 기업 규모가 크지만 그렇다고 자금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KH그룹과의 연합이 쌍방울그룹 컨소시엄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전략적 투자자(SI)인 만큼 자금 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은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현재 약 4500억원 수준의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 방안까지 제시해 입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FI 영입을 통한 추가 자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군인 KG그룹은 자체 자금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600억원으로, KG ETS 매각 자금 5000억원까지 확보하면 쌍용차 인수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G그룹은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로, 다양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KG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 할리스커피 등을 인수하며 화학, 프랜차이즈업, 철강업 등으로 사업군을 넓혀왔다.


KG그룹은 FI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으로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한 바 있으며, 이 경험을 살려 쌍용차 인수에도 전략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G그룹·쌍방울그룹 '2파전'…兆 단위 자금 조달 능력 '관건'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불발이 부족한 자금력이었던 것만큼 적정 인수 자금과 자본 조달 방안을 써내는 기업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인수 완료 후 소요되는 운영자금까지 고려하면 최소 1조원의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측면 지원을 해줄 '쩐주' 확보가 관건이다.


전기차 등 쌍용차 전동화 사업에서 일정 규모의 매출이 나오기 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매해 수 천억원의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완성차 라인업이 티볼리, 코란도,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4종으로 매년 1종씩의 신차 출시가 필요한 데, 이를 뒷받침할 자금동원력이 관건이다. 통상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쌍용차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더라도 그 사이 기존 내연기관차 신차를 출시해 모델 노후화에 따른 물량 감소를 보완해줘야만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중장기 로드맵을 투자자들과 공유하면서 쌍용차 인수부터 정상화까지 책임있게 끌고나갈 의지를 갖춘 기업이 최종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 뿐 아니라 경영정상화까지는 수 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단기간 내 정상화가 어려운 만큼 채권단, 업계가 만족할 만한 자금력과 중장기 로드맵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력 후보군들은 현재 이런 미래 비전이 부재하기 때문에 주가 띄우기와 '먹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면서 "각 기업들은 독자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최대한 자금을 대줄 우군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M&A 이후에도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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