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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의 경제관을 기대한다


입력 2022.04.28 05:05 수정 2022.04.27 11: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새 정부 성공의 조건

지난 대선, 경제에 유능할 거라는 여당후보의 착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보장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시(漢詩)에 조예가 깊은 한국준법진흥원 원장 황인학 박사는 2019년에 발행한 그의 저서 ‘한국경제 IQ, 게으른 선의는 악의보다 나쁘다’에서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쓴 적벽부(赤壁賦)를 인용해 ‘공공재’를 훌륭하고 아름답게 설명했다. 적벽부에는 “천지간의 물건은 다 주인이 있어 내 것 아니면 터럭 하나 취할 수 없네. 오직 시원한 강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소리가 되고 빛이 되며, 가져도 막는 이 없고(取之無禁) 아무리 써도 줄지 않네(用之不竭). 조물주의 이 무진장한 보물을 그대와 내가 함께 즐겨 보세”라는 부분이 있다.


만물에는 반드시 소유권을 가진 자가 있어 함부로 취할 수 없으나, 특정인이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재화가 있으니, 그것은 ‘시원한 강바람’과 ‘밝은 달빛’이라는 것이다.


황인학 박사는 “가져도 막는 이가 없다 함은 공공재의 비배제성(非排除性)을, 아무리 사용해도 줄지 않는다함은 공공재의 비경합성(非競合成)에 비유된다”면서 적벽부의 ‘강바람과 달빛’처럼 가져도 막는 이 없고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비배제성이란 ‘다른 사람의 사용을 막을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비경합성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런 예를 찾아보면 들판의 바람(공기), 달빛 외에도 국방, 등대 불빛, 무료 공원, 바닷물 등, 주변에 많이 있다. 등대 불빛을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게 할 수는 없고, 여러 배가 함께 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국방의 혜택은 영토 안의 다른 사람은 누리지 못하게 할 수는 없고, 전 국민이 함께 누려도 불편이 없다. 바닷물을 누가 아무리 많이 가져가도 줄지 않는다.

지난 대선, 경제에 유능할 거라는 여당후보의 착각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던 여당 후보는 2017년 1월 그가 당시 성남 시장이던 때 페이스북에 “생리대를 수도, 전기처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돗물과 전기는 아껴 써야 하고 무한정 썼다가는 비용이 폭증하고 내가 과도하게 쓰면 다른 사람은 쓸 수는 없으니 공공재가 아니다. 특히 생리대의 경우는 한 사람이 하나를 쓰면 그것을 다른 사람이 쓸 수 없고, 여러 명이 함께 쓸 수도 없다. 생리대는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 그런 재화가 아니므로 공공재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수도, 전기, 생리대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공공재의 개념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공금으로 밥 사주는 것처럼,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쓸 때’ 가장 즐겁고 재미난다. 여당 대통령 후보의 속셈은 세금으로 걷은 국민의 돈을 써서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나누어주고 자기 돈 낸 것처럼 생색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경제용어를 사용해 유식한 척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다. 생리대 지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여당 대통령 후보는 또한 2022년 2월 대선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란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화폐를 말한다. 세계에서 기축통화국은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밖에 없다. 중국, 영국, EU, 일본 등 경제 강국의 화폐조차도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자는 것이다. 이들을 제치고 한국 원화가 가까운 시일 내 기축통화국이 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짐작컨대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SDR(Special Drawing Right, 특별인출권)을 기축통화로 혼동한 것 같다. 토론 며칠 전 전경련이 IMF SDR 통화바스켓에 원화가 포함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희망사항을 언급한 적이 있다.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는 화폐도 현재 미국 달러화, EU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뿐이다. 한국은 SDR 통화 바스켓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한국 화폐 원화는 국제 결제 화폐 거래량이 0.2%도 안 되어서 사용량 기준 세계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당연히 한국 원화가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정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바로 세워야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대선토론에서 등장한 ‘RE100’(재생에너지, Renewal Energy, 100%) 같은 전문용어를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RE100은 법학에서는 배우지도 않는다. 그러나 SDR은 고교 교과서에도 나오고 법학에서도 해상법, 항공운송법에서 다루어진다. 더군다나 기축통화국은 지구상 미국뿐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대통령이라면 이 정도는 알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런 것들을 모른다고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처럼 법학을 공부한 사람은 경제서적을 볼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 개념을 모른다는 것은 경제사, 경제철학, 경제사상 등 ‘경제의 기본’에 대해서까지 무지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축통화국’이 문제된 발언의 맥락을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채 비율이 매우 낮고,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므로 돈을 더 풀어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재정정책 기준을 단순히 국가부채비율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아가 국내·외 기관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중기재정전망’에서 2025년 한국 채무비율이 GDP의 60%에 근접하고, 2030년에는 8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IMF 국가재정 모니터(2021년 10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한국 채무비율이 2020년 47.9%에서 2026년 66.7%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이처럼 경제상황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스스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된다고 우기면 국민의 고혈(膏血)을 짜내 공짜 생리대 나눠주는 일에 유능한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그가 정말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재미’로 5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대통령 후보자가 자질구레한 경제상식들을 굳이 안다고 거짓말 할 필요는 없었다.


현직에 있는 정부 당국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통계청은 과연 제대로 된 통계를 내 놓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다시는 엉터리 보고서를 내는 국책연구기관, 일용직 일자리와 노인일자리만 양산하고도 자화자찬한 대통령과 경제부통리 같은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헌법이 명시한 자유시장경제하에서 작은 정부로 국민의 영업의 자유와 소유권을 보장한다는 믿음만 가진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5월에 취임하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바로 이것이다.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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