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구 성남시의원 직접 언급한 김만배…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며 논의
검찰 "2012년엔 성남도개공 설립 유보적이던 강한구… 다음 해 찬성 의견"
김만배 "대장동 키는 (최윤길)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
'스모킹 건' 정영학 녹음파일… 3일·6일 공판서도 재생 예정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정영학 회계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담은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강한구 전 성남시의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을 향해서는 '대장동 사업의 키'라고 발언한 내용도 담겼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정 회계사와 김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가 지난 2013년 3월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이날 재생된 파일에 등장한 정 회계사와 김 씨는 성남시의회 강한구 의원을 언급했다.
김 씨는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라고 말한 뒤, "한구 형 부분도 형(김 씨)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그게 맞는 것 같다.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 회계사는 "대신에 나중에 그쪽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파일이 녹음된 시기는 2013년 3월 9일인데, (통화에서 언급된)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성남도개공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잘라줘야 하고 강 의원에게 로비하는 것은 김 씨가 맡겠다고 언급한 것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화에서 '의장님'을 수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계사는 "의장님과 통화해 보셨습니까"라고 묻자, 김 씨는 "안 왔다.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씨는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 "욱이(남 변호사)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점점 의장이 세질 것"이라며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을 계획해왔다.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인 김 씨는 대장동 사건의 로비를 담당한 인물로 지목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오늘도 공판 내내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을 재생할 예정으로 알려진 재판부는 재생할 녹음파일이 66건에 달해 3일과 6일 공판에서도 녹음파일 재생을 계속할 방침이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지난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 씨, 남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