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헌신적 팬덤·다채로운 문화적 요소 갖추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금융, 보건,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활용이 급증하면서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인 ‘메타버스’는 일상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
그만큼 메타버스는 분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 향후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13조원에서 2030년 1820조원으로 16배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로 콘서트나 팬미팅을 통해 팬들과의 유대를 형성하던 가요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만남이 불가능해지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서 버추얼 팬사인회를 개최하고, 가상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메타버스와 아바타 개념을 세계관으로 내세운 걸그룹 에스파도 론칭했다. 심지어는 게임 캐릭터를 아이돌화 시킨 버추얼 가수도 다수 등장했다.
분명 음악은 메타버스와 다양한 형태로 결합이 가능한 매력적인 요소임에도 다수 음원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자체의 메타버스 시도는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스포티파이(Spotify)가 로블록스 내 ‘스포티파이 아일랜드’(Spotify Island)에 케이팝을 주제로 한 ‘K-파크’(K-Park)를 론칭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포티파이 아일랜드는 로블록스에 선보인 디지털 공간이다. 전 세계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와 다양한 퀘스트 및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포티파이 아일랜드에 첫 테마 공간으로 조성된 K-파크는 다양한 방식으로 케이팝 문화를 경험하고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아티스트의 사인이 담긴 가상 굿즈(MD 상품)를 얻을 수 있는 ‘아티스트 아일랜드’부터 달고나 커피와 팥빙수 같은 한국 간식을 만나볼 수 있는 ‘케이팝 카페’, 사운드트랩을 통해 비트를 제작할 수 있는 ‘라운지’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선미가 첫 아티스트로 참여 중이고 그룹 스트레이 키즈도 합류를 앞두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두 아티스트를 비롯해 추후 꾸준히 아티스트 라인업을 늘려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포티파이에 앞서 국내 음원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벅스가 올해 초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손잡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인기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실제 시상식 현장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대형 무대와 전광판, 원형 테이블 등을 채웠으며 한 쪽에는 포토월까지 준비해 기념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일회성에 그친 이벤트로, 음원 플랫폼과 메타버스를 결합하는 정기적 콘텐츠로는 스포티파이가 최초다. 더구나 스포티파이는 2008년 론칭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현재 183개 국가 4억2200만명 이상의 청취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메타버스 콘텐츠의 첫 시작을 케이팝으로 끊었다는 것에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팬덤, 패션,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파이 내에서도 케이팝 청취율은 2018년 이후로 미국에서만 107%, 전 세계적으로는 230%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전 세계 월평균 케이팝 스트리밍 횟수는 약 80억 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케이팝은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과 헌신적인 팬덤, 음악을 넘어선 다채로운 문화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면서 “스포티파이는 K-파크를 시작으로 스포티파이 아일랜드를 통해 아티스트와 청취자들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테마 공간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벅스 관계자는 “본사는 제휴나 투자 등에 늘 열려 있다. 특히나 메타버스에 있어서는 더더욱 긍정적인 상황이다. 지난 1월 제페토와 손잡고 이벤트성으로 진행했던 행사를 통해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행사는 음악과 메타버스가 결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는 전제 하에 시도했던 것이다. 결과도 예상대로 좋았다. 가능성을 분명히 봤고,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정기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