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생산 사업부터 시작해 점차 사업영역 확장 전략
삼바 출신 이원직 대표, 롯데바이오로직스 이끌어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기 전략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이 낮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부터 시작한 다음 사업 규모를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바이오 신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법인 설립과 주요 경영진 선임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새로 출범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우선 항체의약품 시장 CDMO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치한 글로벌 바이오 기업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2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억2000만달러(약 2782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계약도 맺었다.
시러큐스 공장은 총 3만5000ℓ의 항체 의약품 원액(DS)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다. 롯데그룹은 추가 투자를 통해 완제의약품(DP)과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시설로 전환하고, 별도 미국 법인 설립과 10만ℓ 이상 생산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해외 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CDMO 톱 10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이미 롯데 이전에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량 기준으로 CMO 분야 세계 1위다. 이 밖에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초대 대표이사인 이원직 대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1977년생인 이 대표는 UC버클리대에서 분자세포생물학을 전공한 후 미국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에서 근무했다. 2010년에는 삼성그룹에 합류해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삼성바이오로직스 품질팀장을 거쳐 DP사업부장을 맡았다.
다만 롯데의 초기 투자금은 삼성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롯데가 10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2조5000억원은 삼바의 초기 공장설비 확보 자금에 불과해서다. 삼성은 바이오 산업 진출 초반부터 자체 공장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초기 설비 확보에만 2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4공장에만 1조 74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3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USA'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2022 바이오USA에는 전세계 3200여개 기업이 참석한다. 바이오USA는미국 생명공학협회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회로 올해에는 세계 65개국 8000여개사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