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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대위기④] 하반기 역시 최악...“기댈 곳 정부 지원 밖에?”


입력 2022.06.12 06:24 수정 2022.06.10 20:5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식품기업 수익 하락 현실화

정부, 돼지고기·밀가루 등 14대 품목 관세율 0% 적용

식품·외식업계, 실질적 효과 ‘미미’…“가격 상승 요인 복잡”

전문가,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전쟁·가뭄 등 불안요소 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식용유와 돼지고기 같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핵심 원재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관세를 적용키로 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가운데, 관련 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 조치로 원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지금도 무관세 적용 품목들이 많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에 따르면 대두유(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돼지고기의 할당 관세는 연말까지 0%로 내린다. 정부는 6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할당관세에 관한 규정과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546억원을 투입해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식료품비 인하를 목적으로 김치, 고추장, 젓갈류 등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도 2023년까지 면제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된 현 시점에서 경제 상황은 여전히 엄중한 상태다. 저성장·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는 물론 큰 폭의 물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최근 정부가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을 전환하고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한 이유다.


정부 지원안으로 인해 제분업체들은 하반기 일정 부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등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물류대란 등을 이유로 거래처별로 B2B용과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다만 라면업계는 여전히 원가 부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업은 미국산과 호주산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미리 확보해둔 재고로 원가 압박을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물류비가 크게 오른 데다, 전반적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라면 가격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대표적으로 밀 ,팜유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외는 물류비 상승, 인건비 상승, 광고선전비(판촉비) 증가 등이 있기 때문에 한쪽만 막아서는 가격 인상을 잠재우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면 업계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은 굉장히 다양하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를 억누른다고 해서 가격 인하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례로 김치의 경우 기존 포장김치 중 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형태의 묶음 포장 제품은 원래 면세 제품에 해당된다. 병, 캔, PET, 파우치 제품만 이번 혜택에 포함이 되는데, 이 제품들은 업계 전체 판매되는 포장김치의 30% 미만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 10% 면제 만으로 가격 인하까지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인상 억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공식품은 해당 식품을 제조하는 원물과 포장재, 공장 가동 비용, 물류, 인건비 등이 원가를 구성하는데, 현재는 원물의 가격 변동이 가격 인상을 일으키는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이라며 “안정세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한시적인 부가가치세 면제 보다는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를 통한 비용 절감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명동의 음식점 메뉴 입간판 모습.ⓒ뉴시스

외식업계 역시 원재료 값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근 ‘물가 부처책임제’ 등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인상의 터널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비, 환율 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 등 온갖 악재들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밀·감자 등 주요 곡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저마다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수급이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재료 값 상승이 가장 큰 문제지만 코로나 전 만큼의 고객이 크게 늘거나, 심야시간까지 즐기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며 “기존 배달, 포장 등도 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소진 인력, 포장 등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부에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국내외 여러 안 좋은 상황으로 한동안 식자재 값 안정세는 기대하기 어려워 대부분 가격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물가 안정을 1순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권 초반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민심 이탈이 심각해질 수 있어 윤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물가 폭풍’이 아직 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농산물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생활 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충격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든지, 가뭄 등과 같은 곳곳의 불안요소가 곳곳에 깔려있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


이들은 올 하반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된다고 하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어지면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하반기에도 물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이어 “법인세 인하라든지 규제 완화 등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에 더해 생산 물가 문제가 문제가 크니, 유통 과정에서의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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