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1 청약경쟁률 훌쩍 넘겨
일제히 공모가 상단 초과 결정
업황 침체에도 하반기 실적 기대↑
기업공개(IPO) 시장이 한파를 맞은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은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차별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미래 성장성으로 승부하는 IPO 대어들보다 뚜렷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로 투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업체 넥스트칩은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간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 1727.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증시가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증거금으로 7조2994억원을 끌어 모았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 가속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IPO 시장도 혹한기를 보냈다. 그러나 넥스트칩을 비롯해 가온칩스과 레이저쎌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은 상반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지난 14~15일 일반 청약을 실시한 반도체 레이저 기업 레이저쎌도 1845.11대 1의 경쟁률로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증거금은 약 5조9043억5880만원으로 집계됐다. 시스템 반도체 디자인 솔루션 업체 가온칩스 역시 지난 11~12일까지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2183.29대 1을 기록했다. 가온칩스도 청약 증거금으로 7조6415억원을 모았다.
이 업체들은 앞서 기관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넥스트칩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623.41대 1이었다. 레이저쎌(1442.95대 1)과 가온칩스(1847.12 대1)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체 3곳 모두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90%가 넘는 기업들이 희망 공모가격 범위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같은 기간 IPO를 진행하는 공모주들 사이에서도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레이저쎌과 IPO 일정이 겹친 보로노이는 수요예측에서 28.35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4만원으로 결정했다. 일반 청약에선 5.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증거금으로는 362억원을 모았다. 바이오헬스 대어로 주목받은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과열된 공모주 시장이 가라앉자 구체적인 기술력과 실적이 부각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 등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대형 생산업체보다 실적 기대감이 더 크다는 점도 주목됐다. 소부장 업체는 공정기술 난이도 증가에 따른 생산업체의 투자금액 증가와 해외 고객사 확대, 신제품 개발 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높아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소부장 업체들은 메모리 사이클 중하단이었던 2020년에도, 중단이었던 작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면서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올해에도 왠만하면 대부분 사상 최대 실적을 재차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 성장률 둔화에도 주요 공급망 업체들은 차별화 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에 따른 점유율 상승과 신규 제품 론칭, 해외로의 거래선 다변화 때문”이라며 “이들은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우상향을 시작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