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억원 (국가)기부금 → 공사 자산으로 ‘둔갑’
공사 “정책 변경으로 인한 재무제표 수정일뿐”
2019년 재무제표 재수정 검토, 감사원에 반기
재무제표 원복위해 감사원 청탁까지 시도
본지가 지난 6일 <[단독] 제주공항 터미널 이용 年 3천만명 화재 무방비 노출>을 취재하던 중 한국공항공사의 분식회계 정황을 추가적으로 포착했다. 2019년 건축법상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건물을 자산으로 포함시켜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특히 공사는 ‘회계 정책변경’으로 한차례 위기를 모면하는 듯 했으나 2021년 경영평가 등급 하락이 예상되자 재무제표 원상복귀를 위해 감사원 청탁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공공기관 고강도 혁신을 예고한 가운데 공사의 방만한 경영·회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계부처와 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가 지난 2019년 회계처리 당시 불법 건축물이었던 청사 등 총 820억원을 모두 자산으로 인식해 순이익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단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식회계란 경영 성과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도록 회계장부를 고의로 조작하는 행위다. 이는 그동안 공기업이 자산을 불릴 때 편법으로 공공연히 사용해 왔다. 2018년 코레일, 2019년 석유공사에 이어 뒤늦게 공항공사도 사실상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공항공사는 부지 대부분이 국가소유로, 국토교통부의 무상사용승인 전이라면 공항시설법상 준공시 국가로 귀속돼 바로 기부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회계에선 (국가) 기부금으로 처리된다.
국토부의 무상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필요한데, 당시 공항시설법상 준공은 완료됐지만 건축법상 승인은 받지 못한 불법 건축물 상태였다. 공사는 국토부에 2019년 12월 무상사용승인 허가신청을 했지만 건축물 대장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반려당했다.
즉 건물 준공은 완료돼 국가에 귀속, 기부된 상태에서 무상사용승인은 받지 못해 일어난 문제로 이를 재무제표 상 자산으로 포함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는 이처럼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건물을 2019년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포함해 노동·자본생산성 지표 점수를 높이는 등 분식회계로 경영평가 B(양호)등급을 받았다. 이 건축물은 2020년 6월 11일에 비로소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전문가는 “이같은 행위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매우 의심되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경영평가를 잘받기 위한 행위로 넓은 의미에서 분식회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감사원이 결산검사 당시 정황을 포착해 공식 지적하려 하자 공사는 돌연 위기 모면 수단으로 ‘회계 정책변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책 변경의 골자는 사용수익권리(무상사용승인권)의 인식 시점을 ‘합리적 확신이 있을 때’에서 ‘부여받는 시점’에 인식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즉 승인권 인식 시점을 변경해 당시 위기를 넘기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당시 공항공사 스스로 회계정책을 변경하고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재발행하겠다고 해 별도 지적을 하지않았다”면서 “감사를 받는 기관과 회계감사인은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사는 820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기타비용으로 변경했고, 이 결과로 지표점수가 내려가며 2019년 경영평가는 B(양호)등급에서 C(보통)등급으로 강등됐다. <참조: [단독] 한국공항공사, 순이익 부풀려 낮아진 성과급 재직직원에 떠넘겼다>
감사원이 공식 지적을 하게되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됨은 물론,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에도 통보돼 경영평가가 낮아질 수 있어 이를 의식해 미리 손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 공사 회계 부정처리를 인지한 기재부는 평가 등급을 내렸고, 정책변경으로 등급 강등을 피하려던 공사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공항공사는 회계 오류가 아니고 정책 변경으로 인한 재무제표 수정이었으며, 감사원 공식 지적도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부분은 지난달 23일 <데일리안>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에서도 재차 강조했다.
공항공사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외부회계 및 법률자문을 통해 2019년에 처리한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에 따라 2019년도 재무제표 재수정을 검토 중”이라면서 공기업 결산 검사를 책임지고 있는 감사원 지적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아직 공사에서 재무제표 재수정 요청을 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이미 정책변경을 한 상태에서 다시 기존 정책으로 돌아가게된다면 둘 중 하나는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이므로 감사원이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사는 재무제표 원상복귀를 위해 감사원에 청탁까지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코로나19가 경영실적에 미친 영향을 합리적으로 보정하기 위해 2020년과 2021년 경영평가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의 평가를 대용치로 활용한 바 있다.
2019년 등급 강등 처분을 받은 공사가 3개년 대용치를 적용하면 타 기관대비 경영평가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고위 임원들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감사원을 방문해 재무제표 원복 청탁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정책 변경 후 수정한 재무제표를 다시 원복해달라는 공사 청탁을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경영평가는 공기업에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다각도로 노력한 것은 맞다”면서 “해명자료 검토도 같은 측면으로, 감사원에 반기를 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