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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콘서트③] “1회성 공연 아닌, ‘브랜드화’가 관건이죠”


입력 2022.07.19 08:55 수정 2022.07.19 08:5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고전적음악, 아침' '11시 11분' 기획자 인터뷰

"싼 게 비지떡? 퀄리티 자신 있어"

11시 콘서트, 즉 브런치 콘서트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주부들이 한가한 시간인 오전 11시 공연을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또 1만5000원~2만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 친절한 해설을 붙여 초심자도 재미있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꿈빛극장, 경기아트센터

특히 최근 관객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퀄리티 높은 공연,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는 브런치 콘서트가 있다. 경기아트센터의 ‘고전적 음악, 아침’과 꿈빛극장의 ‘11시 11분’ 콘서트다. 각각 두 공연의 기획자인 나지원 주임(경기아트센터)과 박소현 차장(꿈빛극장)은 브런치 콘서트의 인기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었다.


경기아트센터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을 받아온 ‘브런치 콘서트’에 올해부터 약간의 변화를 줬다. 전문적 해설과 출연진을 강화하고 공연을 관람한 관객에게 커피와 쿠키를 제공하는 ‘고전적 음악, 아침’ 시리즈를 지난 4월21일과 6월16일 두 차례 걸쳐 선보였다. 오는 9월22일과 12월17일에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매년 다양한 콘셉트의 브런치 콘서트를 시도하고 있어요. 작년엔 해설자 없이 연주자분들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오전 11시 공연인데 조금 지루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매년 브런치 콘서트 시즌을 마무리할 때마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관객들이 ‘가벼운 공연’을 선호하신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은 곡해설과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나지원 주임)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꿈빛극장은 매회 새로운 주제의 화가들의 삶을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과 음악으로 듣는 브런치 콘서트 ‘11시 11분’을 기획해 지난달 29일 처음 관객들을 만났다. 당시 공연에서는 화가 마네와 드가의 삶이 그려졌다. 9월22일에는 고흐와 고갱, 12월22일에는 모네와 르누아르를 주제로 한 브런치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길음동 뉴타운에 위치한 공연장의 지역적 특성상 40대 주부들이 많아요. 주부들은 보통 저녁 공연에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볍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브런치 콘서트 ‘11시 11분’을 기획하게 됐죠. 클래식에만 머물지 않고 기획적인 묘미를 살릴 수 있는 것에 대한 스터디를 거듭했어요. 그 결과 두 화가의 삶을 대립구도로 두고 세팅을 하게 된 거고요. 예컨대 동시대의 작가거나, 서로 친구였거나, 존경했지만 증오하는 마음이 있거나 작가들 사이의 관계성에 포인트를 맞추고 라인업을 짜고 정우철 도슨드의 해설로 이야기를 듣는 식이죠. 음악 역시 그 시대의 배경에 맞게 장르를 설정하고요. 최근 ‘마네 vs 드가’ 공연을 예로 들자면 프랑스 선술집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라인업이 됐고, 그 선술집에서 흘러나올 듯한 음악과 무대연출을 한 것처럼요.”(박소현 차장)


이들은 브런치 콘서트가 앞으로 더 넓은 관객층을 흡수할 거라고 예상했다. 저녁 공연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전석매진’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브런치 콘서트의 관객층의 절반이 넘는 61.4%가 40대 이상 여성(인터파크 2022년 집계)이지만 조금씩 그 분포가 확대될 거라고 자신했다.


“이전에는 주관객 층이 주부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연주자의 팬이라고 비수도권에서부터 찾아오시는 분들, 회사 휴가를 쓰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또 여성분들 외에도 남성분들도 많이 오는 걸 보면서 브런치 콘서트가 꼭 예전과 같은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만큼 관객층도 다양해진 게 아닐까요?”(나지원 주임)


“일단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는 것 자체로도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심지어 공연을 본 이후 현장에서 바로 다음 공연을 예매하시는 관객들도 많았고요. 그만큼 공연에 대한 주민들의 갈증이 컸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내년에는 브런치 콘서트 회차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 아직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정해진 건 없지만 콘서트 형식을 띄면서 동시에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 중이에요.”(박소현 차장)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저렴한 티켓 가격 때문에 부담 없이 공연 몇 시간 전 티켓 취소를 하기도 하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도 있다.


“예매율 자체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저녁 공연처럼 가득차진 않는 것도 사실이죠. 경기아트센터 브런치 콘서트의 경우, 매 공연 연주자와 레퍼토리의 퀄리티, 제공하는 간식의 퀄리티를 굉장히 신경 쓰고 있어요. ‘이 값에 이 정도면 정말 가성비가 좋은 공연 아닌가’라고 스스로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런데 관객이 많아야 수요가 맞는 거잖아요. 종종 티켓 수익보다 제작비가 더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래도 지역적인 한계도 있는 것 같고요.”(나지원 주임)


“꿈빛극장은 물론 대부분의 브런치 콘서트는 티켓가격이 1만원~2만원 수준이에요. 저희의 과제는 티켓가가 공연의 퀄리티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고요. 때문에 가장 큰 걱정은 예산적인 문제죠. 다양한 지원사업을 찾아보고 예산 확보를 해서 공연 회차를 늘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입니다. 문화예술은 충분히 장르를 확장시킬 여지가 있잖아요. 자신컨대 ‘11시 11분’ 콘서트는 분명 극장의 TOP3 안에 들어갈 시그니처 공연으로 자리 잡을 거예요.”(박소현 차장)


특히 두 기획자는 브런치 콘서트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브랜드화’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규칙적인, 즉 정기적인 공연으로 발전해야 한다. 소비자는 낯선 콘서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상품의 가치를 미리 판단하고, 지속적 소비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브랜드화’”라고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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