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 살피고 과거 회귀하는 정치
화합 아닌 분열에 국민 실망감 커져
‘악화일로’ 서민 경제, 희망 설계해야
나라가 소란스럽다. 새 정부 출범 석 달째 접어들지만 대통령이 강조했던 화합과 통합보다는 분열과 갈등 상황이 악화하기만 한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3년 7개월 만에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민 살림살이는 나날이 빠듯해지는 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마저 다시 확산세다.
민생이 어려울수록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는 과거 자신과 싸우느라 바쁘다. 서해 공무원 월북 사건, 북한 선원 북송, 청와대 채용 문제 등으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대립한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경제가 위중한 상황에 이런 이슈들이 정국을 지배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만사(萬事)라고 하는 인사(人事)도 국민을 피곤케 한다. 모든 비판 여론을 전 정부와 비교하며 ‘이만하면 괜찮은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대통령 태도에 실망이 커진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쳐 30% 초반까지 추락했다.
국회도 기대할 바 못 된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힘겨루기하느라 후반기 원구성도 못 하고 있다. 물론 일은 안 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 간다.
“It’s the economy, stupid.”
유명한 말이다. 우리말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풀이되는 데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내걸었던 선거 운동 문구다. 클린턴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누르기 위해 당시 미국이 겪던 경제 불황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걸프전을 치르며 한때 업무 지지율 90%에 육박하던 부시 대통령은 나빠진 경제 상황을 파고든 클린턴에게 결국 권좌를 내주고 말았다.
현재 우리 상황도 그렇다. 문제는 경제다. 경제만 잘 풀린다면 사회 갈등도, 정치 다툼도, 대통령 지지율도 호전될 것이다. 지지율 추락하는 대통령, 싸우기 바쁜 국회…. 남은 건 경제뿐이다.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희망을 품기엔 나라 안팎 사정이 너무 어둡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은 자기 살기 바빠 인플레이션 수출에 혈안이다. 중국도 ‘제로(zero)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로 제 코가 석 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바깥 사정이 나쁘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경제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 말대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왔다. 회의에 앞서 추 부총리는 첫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재무장관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튿날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내년 우리나라 개최를 협의 중인 한-IMF 디지털 화폐 콘퍼런스 관련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G20 회의가 결과적으로 빈손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추 부총리는 나름 잰걸음으로 외교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물론 한 차례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고 우리 경제가 당장 나아질 리 만무하다. 그럴수록 노력해야 한다. 왕도는 없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 한다. 정치가 과거를 붙잡고 씨름하는 사이 경제는 미래로 향하는 기차의 꼬리 칸에라도 올라타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자칫 경제정책마저 과거 그림자에 얽매일까 걱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남은 희망은 경제뿐이다. 정치는 뒤로 가더라도 경제만큼은 앞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