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부진에 쏘카 ‘몸값 1조 아래’ IPO 강행
두나무 주가 연초보다 60% 하락…야놀자 46%↓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제시…안정적 기반 될 것”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는 주요 기업의 시가총액이 수조원씩 증발하고 있다. 민간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분위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쏘카는 지난 10~11일 이틀간 진행한 진행한 일반 청약 결과 합계 경쟁률이 14.40대 1으로 집계됐다. 앞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00대 1에 못 미치는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쏘카는 유가증권시장 1호 유니콘 특례상장사로 주목받았다. 연초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에서 IPO를 강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쏘카는 수요예측 이후 기업가치를 1조원 아래로 낮췄지만 시장 한파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IPO 시장이 주춤하자 비상장주식 역시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난 12일 기준 장외주식 시장 K-OTC의 거래대금은 28억원 수준이다. 5월 초 거래대금(53억2382만원)에 비하면 25억원 이상이 빠졌다. 올 초 31조4934억원에 달했던 K-OTC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19조6606억원으로 37.6% 줄었다.
제도권이 아닌 사설 거래 플랫폼에서도 비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급감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당 가격은 연초 49만4000원에서 지난 12일 19만8300원으로 59.9% 하락했다. 17조1270억원이던 시가총액도 6조8646억원으로 줄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주가가 46% 넘게 빠졌다. 연초 9만5000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12일 기준 주당 가격은 5만1000원이다. 같은 기간 시총은 9조5330억 원에서 5조183억원으로 감소했다.
IPO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비상장주식 시장은 규제가 겹치면서 거래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을 대상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2년 연장하면서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걸었다. 지난달부터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일반투자자 대상 거래 가능 종목을 기존 456개에서 50개로, 서울거래 비상장도 174개에서 24개로 줄였다.
다만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IPO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서 비상장사들의 기업가치와 거래가격 하락이 K-OTC 시장 규모에도 타격을 줬다”며 “다만 비상장 펀드 도입과 금융위의 비상장 기업 가이드라인 제시는 비상장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