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흉기 피습을 당한 지 하루 만인 14일(현지시간)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P통신 등 외신은 루슈디의 출판 대리인인 앤드루 와일리가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으며 회복 과정에 들어갔다"며 "부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그의 상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루슈디의 동료 작가 아티시 타시르는 전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루슈디의 아들 자파르도 가족을 대표해 성명을 내고 "부상이 심각하지만 아버지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유머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 당시 아버지를 도와준 청중 및 경찰, 의료진 등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루슈디는 전날 미국 뉴욕주 셔터쿼인스티튜션에서 강연을 시작하기 직전 무대로 난입한 하디 마타르(24)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 등을 찔렸다. 와일리는 루슈디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했고,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인도 태생의 영국 작가인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한 뒤 줄곧 신변 위협을 받아왔다. 소설은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악마의 계시에 비유하고,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열두 아내를 창녀에 비유한 내용도 포함돼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키며 수십 년간 신변 위협을 받아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1989년 2월 당시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인 파트와를 통해 루슈디와 출판에 관여한 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호메이니의 후계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017년 말 파트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루슈디는 살해 위협이 거세자 책 출간 후 약 10년간 영국정부 보호 아래 런던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00년부터 뉴욕에서 생활하며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파키스탄의 성직자들이 루슈디를 살해하는 사람에게 7억 루피(약 115억원)의 현상금을 내거는가 하면, 2016년에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국영매체가 루슈디에게 현상금 60만 달러(7억8000만원)을 내거는 등 위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