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말 169조3815억, 5개월새 30조↑
대손충당금 압박 거세질듯...배당 변수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상환이 유예된 중·소상공인 대출 원금과 이자가 170조원까지 불어났다. 다음달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잠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권이 금융지원이 종료되더라도 자체적으로 만기를 연장해주겠다고 밝히며, 빚폭탄을 더욱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6월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은 169조3815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연장 대출, 분할상환유예, 이자납입유예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이자 유예액은 769억원 수준으로 이 이자 뒤에는 1조원이 훌쩍 넘는 대출원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치까지 더하면 5대 은행은 2년간 170조를 상회하는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올해 1월 말보다 30조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1월 말 대출만기 원금・이자 상환 유예 총액은 140조567억원을 기록했다. 시중 은행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실시해왔다. 당초 같은 해 9월까지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지원 종료 시점이 6개월씩 4차례나 연장됐다. 거듭되는 연장으로 잠재 부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당장 9월 말 대출 연장・유예지원이 종료되면 한계 차주의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대출금리가 급등하며 차주들이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면, 수면 아래로 억눌려 온 부실 뇌관이 한 번에 터질 것이라는 염려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충당금 공포가 다시 엄습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금리가 뛰자, 시중 은행들은 상반기에만 26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면서 예대금리차 축소와 대손충당금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충당금 전입액은 1조9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2% 급증했지만, 주요국 긴축정책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하반기 그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추가 대손충당금 비용이 늘어날수록 배당 성향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그룹들은 장기적으로 배당성향 30%를 목표로 주주배당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 평균은 지난해 25~26%대에서 올해 26%대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충당금 적립 수준은 하반기 실적과 배당성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충당금 적립과 함께 대출 연착륙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