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직접 만나길"
시진핑 "좋은 동반자 돼야"
지난 24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서울 포시즌스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17호각에서 동시에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밝힌 축사 내용에선 '온도차'가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대면을 희망했고, 시 주석은 한중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장애 배제(개입 제거)'를 언급하며 한중 관계 발전 조건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기념 행사가 양국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고 국민들과 우의를 강화시켜 나가길 기원하며, 미래 30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뵙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반해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문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해 양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의 만남과 나아가 정상회담을 염두해 두며 경제안보 문제와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 주석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돼야 한다"면서도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양측이 큰 흐름을 잡고 '장애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의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세계가 새로운 변혁기에 들어섰다"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중한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 단합·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왕 외교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함께 반대하고 자유무역체계를 함께 지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성과 원활함, 개방성과 포용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언급과 관련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중국은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돼야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만남'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없다. 노골적으로 현안 등을 두고 한국을 압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 교수는 "이런 자세와 태도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양국이 한중수교 30주년 행사에서 발언한 축사 발표 자료에서도 볼 수 있다"며 "특히 관련 내용 중 한국 측에서 나온 발언은 거의 없이 자신들 주장만 발표돼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 미국을 견제하는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오역된 부분도 있다"며 "'장애를 배제'한다로 번역하기보다 '개입 또는 관여를 제거하라'로 표현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은 상호존중을 강조하고 '친밀한 관계', '협력' 위주의 단어들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바라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내포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 교수는 "바람, 희망사항보다 좀 더 강력하고 유의미한 발언을 해야 했다"며 "발언에서 우리의 원칙과 입장이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