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새 우유 수입액 3배 이상 급증
가성비에 맛, 배송까지 커피 등 외식‧가정 수요↑
대형마트발 치킨, 피자에 이어 이번엔 수입산 반값 우유다.
작년 말에 이어 올 상반기 그리고 하반기까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여파로 가성비가 뛰어난 상품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격을 두고 유업체와 낙농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우유 수입액(HS코드 040120)은 1332만7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838만7000달러 대비 58.9% 증가했다. 수입량 또한 1만1585톤에서 1만8420톤으로 59.0% 늘었다.
2년 전인 2020년(1월~7월)과 비교하면 수입액과 수입량 모두 3배 넘게 증가했다.
반값 수준 가격에 맛도 호평…커피 등 외식업계 사용량 급증
수입산 우유의 인기 요인은 가격이다.
국내 수입량이 가장 많은 폴란드산의 경우 1리터(ℓ) 제품의 가격대가 1300원 수준으로 시판 중인 국내 일반 우유(서울우유, 리터당 2700원)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1리터 12팩으로 구성된 대용량 상품은 리터당 1192원 꼴로 가격이 더 낮다.
폴란드는 전 세계에서 우유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장 비싼 나라로 꼽힌다.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인 국내 냉장우유에 비해 수입산 멸균우유는 보통 유통기한이 1년으로 길다. 국내로 수입되는 기간을 감안해도 10개월 정도로 긴 편이다.
폴란드산 우유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입액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7월까지 전체 누적 수입액의 66.4%를 폴란드산이 차지했다. 폴란드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 호주, 오스트리아 순으로 수입액이 많았다.
국내 유업체들도 수입산과 비슷한 가격대의 멸균 우유를 판매하고 있지만 우유 사용량이 많은 커피업계를 중심으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수입산 우유의 맛이 더 뛰어나다며 대량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기업이나 일부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대량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는 것처럼 주문 후 며칠 만에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도 한 몫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우유값이 계속 오르면서 가성비가 좋은 수입산으로 바꿨는데 맛이 더 좋다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멸균우유의 경우 보관기간도 길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 가격 놓고 유업체-낙농가 갈등 심화…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이 같은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산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원유가격을 정할 때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증감액이 ±4% 이상이면 같은 해, 미만이면 2년마다 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조정된다.
하지만 소비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가격을 매년 상승하면서 우유 가격을 둘러싸고 유업체와 낙농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자 정부가 주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양측 이견 차로 협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위 유업체인 서울우유가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우유가격 인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원유 매입을 위한 납품 단가를 인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리터 당 58원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소비자가격이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적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ℓ당 580원가량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