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정유 설비 가동률 83.6%로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러 제재로 등경유 수급 불안 지속…마진도 30~40달러대
경기 침체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가능성 경계해야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83%를 넘어서면서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겨울철 난방용 연료 수요 증가로 정제설비 가동률은 연말까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와 코로나 재확산 등 불확실성 요소가 상존하는 만큼 낙관적 기대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1일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7월 평균 가동률은 83.6%로 전년 동월과 견줘 9.8%p 늘었다. 가동률이 83%를 넘어선 것은 2020년 1월 83.78% 이후 30개월 만이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7월과 비교하면 8.63%p 증가했으며 2019년 7월 보다는 0.77%p 많은 수치로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냈다. 1~7월 평균 가동률은 79.2%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39%p 증가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6.39%p 늘었다.
올해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을 중심으로 생산규모를 늘려왔다. 1~7월 누계 휘발유 생산량은 9944만2000배럴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1% 증가했으며 경유도 이 기간 7.9% 늘었다.
항공유와 윤활유의 경우 1~7월까지 각각 6854만3000배럴, 1967만9000배럴을 기록하며 생산량이 25.1%, 21.1% 뛰었다.
석유제품 생산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기대할 만큼 회복된 데는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위드코로나' 국면과 더불어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수위를 높인 점 등이 석유제품 수요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에너지 제재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제품 수급에 대한 시장 불안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난방용 대체 연료로 등·경유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동절기를 앞두고 가스 가격 대비 경쟁력 있는 등·경유 수요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에 석유제품 정제마진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월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4.5달러로 고점을 보인 뒤 7월 9.1달러로 급락했으나 8월 들어서는 11~12달러로 재상승했다.
특히 등유와 경유의 경우 8월 평균 35달러, 42달러 수준의 고마진을 기록중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소비 비중이 높은 등·경유를 중심으로 석유 제품 마진이 견조하게 뒷받침된다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하반기에도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천연가스 공급 부족 등 석유제품 소비를 촉진시키는 호재도 분명 있지만 원자재 수급 불안 및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가 오히려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이 기준금리를 매달 큰 폭으로 올리는 상황이어서 고용 축소, 가계 구매력 감소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주요 기관들은 세계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 에서 3.6%로 0.4%p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통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하며 종전 전망치 보다 0.1%p 포인트 낮췄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위축으로 예상 보다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