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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켓 가격①] 자장면과 상승 폭 비슷한데…‘불만’ 커지는 관객들


입력 2022.09.01 14:10 수정 2022.09.01 10:4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1919년, 설렁탕 한 그릇 10전일 때 영화 특등석 1원 50전

2022년 현재, 주말 성인 2D 기준 1만 5000원

“관객들이 부담 느낀다면 그런 것…영화 관람료 인상 이유 납득시키지 못한 것”

“주말에 가족들과 ‘한산: 용의 출현’을 봤는데, 네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려면 티켓 가격만 6만 원이더라. 팝콘과 콜라까지 사니 8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하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는데, 앞으로도 자주 방문하지는 못할 것 같다.”


서울에 사는 30대 청년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며 주말을 즐기려 했으나, 높아진 영화 티켓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영화 티켓 1만 5000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화를 가볍게 즐기진 못할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명동의 한 영화관. 기사 내용과는 무관ⓒ뉴시스

영화관은 2시간 여 동안 작품을 즐기고, 그 감상을 함께 나누는 재미를 선사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선사하며 대중들과 가깝게 소통을 해왔다. 좋아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가기도 하지만, 친구, 연인, 가족들과 가볍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관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가 ‘대중문화’라고 불리며 큰 사랑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1919년 1원 50전이던 영화 관람료, 변천사는?

한때는 영화 관람을 위해 한 끼 식사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하기도 했었다. 1919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가 서울 종로 3가에 위치한 단성사에서 상영될 당시 이 영화의 입장료는 특등석이 1원 50전, 1등석 1원, 2등석 60전이었다. 당시 설렁탕 한 그릇이 10전이었으니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선 꽤 큰돈을 지출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었다.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가 도래하면서 영화 제작 편수와 상영관이 급증했다. 이 시기부터 지금의 영화관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체계들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1961년 한 해 86편의 영화가 제작되던 것이 1969년에는 229편으로 늘었다. 302개였던 전국의 극장도 1969년에는 659개가 됐다.


이 시기, 1960년대 중반에는 서울에서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55원을 지출해야 했다. 1960년대 자장면 한 그릇은 30원 내외였던 것을 고려하면 당시 영화 관람료는 자장면 가격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 격차는 1970년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 단성사와 피카디리 등이 있던 종로3가 일대가 문화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국내 영화관들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한 것. 치솟는 물가와도 맞물려 영화 관람료가 이 시기 대폭 상승했다. 1970년 200원이던 관람료가 1980년에는 1500원이 됐다. 1980년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348원으로 1970년 대비 3.5배 인상된 점을 고려해도 영화 관람료의 상승폭은 크다.


대신 학생과 일반인 등으로 나눠 관람료를 책정하고, 조조, 심야 할인을 비롯한 시간별 차등 제도가 도입되는 등 지금 영화 관람료의 시초가 될 법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발을 맞춰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관람료는 1981년 2000원을 돌파했으며, 1995년 6000원을 돌파했다. 470원이던 자장면이 2176원으로 4.6배 뛴 것보다 오히려 적은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1000원씩 종종 상승해 2013년 영화 관람료 1만 원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 이후 잦은 관람료 인상, 관객 체감 더욱 커져

2022년 현재 주말 2D 기준 영화 한 편의 관람료는 1만 5000원이다. 2013년 이후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영화 관람료가 유독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당시 4500원 내외이던 자장면은 지난 5월 6000원을 돌파했다. 자장면이 1.3배 상승한 동안, 영화 관람료는 1.5배가 상승한 셈이다.


문제는 최근 ‘영화계 위기’를 이유로 연달아 가격 상승을 감행하면서 관객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에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영화관이 위기에 몰린 것은 사실이나, 2년 만에 3번이나 티켓 가격을 인상하면서 관객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더욱이 이 시기 1만 원 내외의 가격을 지불하면 국, 내외 콘텐츠들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대중들의 일상을 파고든 상황. 영화 관람료가 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1만 50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고, 안 비싸고를 떠나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겠나. 그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그렇게 봐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OTT라는 편안한 대체재를 경험한 사람들이 몇 년 사이 더 비싸진 영화를 마주하게 되면 느끼는 체감도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면서 “여기에 영화관이 관람료를 상승하면서 영화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에서 관객들의 반감을 산 것도 같다. 결국 올려야 하는 이유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티켓 가격①] 자장면과 상승 폭 비슷한데…‘불만’ 커지는 관객들


[영화 티켓 가격②] 성수기 흔들리는 극장가, 변수가 된 ‘영화 관람료’


[영화 티켓 가격③] 불가피한 ‘1만 5천원’ 시대…영화계에 필요한 변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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