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닷컴 버블 붕괴 때와 유사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처음으로 1380원을 넘어섬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52분 기준 장중 1385원까지 터치한 후 다시 1384원대에서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1377.0원에 개장하며 전날 기록한 장중 연고점(1377.0원)을 1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환율이 1385원을 넘어선 것은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 상승은 원화와 연동하는 중국 위안화가 약세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릴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로화도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 109선으로 소폭 내렸다가 다시 110.3선으로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에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조만간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달러화 강세 상황이 2000년대 초반 미국 닷컴 버블 붕괴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 붕괴를 촉발한 방아쇠는 주식시장 가격 거품과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었다”며 “닷컴 버블 사태는 전 세계 증시 약세로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 배경에는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에 따른 영향이 지배적이며, 올해 달러화는 15%가량 강세를 보인 가운데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정도 약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전 세계 경기침체 논란, 한국경제 수출 타격 우려, 연준의 양적 긴축 등으로 경제 여건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