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도마…후유증 지속
최근 5년간 비리‧횡령 100여건↑
"여직원에게 밥을 짓게 했다구요?"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새마을금고 직장내 괴롭힘 내용을 접한 이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얘기는 사실이다. 심지어 피해자인 여직원은 상사의 회식 강요는 물론 워크숍을 불참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도 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이 여직원처럼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괴롭힘을 견뎌내는 직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새마을금고의 이번 사건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수없이 경고음을 울려왔던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더군다나 최근 새마을금고 간판 앞에 ‘횡령’이라는 단어가 꽤 오랫동안 도배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지난달 새마을금고 본점의 한 직원은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발각됐으며, 또 다른 직원은 고객의 예탁금을 임의로 해지해 돈을 챙기고 고객 명의로 대출까지 몰래 받는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앞서 다른 지점에서는 새마을금고 전 고위직들이 대부업체와 손잡고 가짜 다이아몬드를 담보로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380억원대 대출사기를 벌였다.
이렇게 발생한 횡령‧비리 건수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100여건에 육박한다. 새마을금고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내부통제가 사실상 마비된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는 ‘회원으로부터 신뢰받는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스스로 훼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새마을금고는 고개를 숙이고 발 빠르게 사과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자체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마저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 골프장 이용권 제공 등 금품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니 뼈를 깎는 고통 없이는 도무지 체질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설립 후 서민들의 자금이 모여 260조원에 달하는 몹집을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품는 따뜻한 금융기관이 되겠노라 약속도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사내 갈등, 비리, 횡령 사건들이 지속되면서 사람을 품기는 커녕 오랜 시간 거래했던 소비자들마저 등돌리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제 새마을금고는 커진 몸만큼이나 그릇을 키우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성숙한 금융기관으로 전락해 도태되거나, 깊게 반성하고 성장하느냐는 온전히 선택의 몫으로 남아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새마을금고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은 유지될 것이란 사실이다.
반세기를 넘길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존재하고 성장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새마을금고를 믿고 인정해주는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 더 늦기 전에 새마을금고가 고삐를 바짝 쥐고 ‘새마음’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