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리얼밸류 스토리, 최태원 파이낸셜 스토리와 오버랩
사회적 가치, 기업시민 경영철학도 공유…SK-포스코 협업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닮은꼴 행보’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영철학부터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와 최정우 회장의 ‘기업시민’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최정우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던진 화두인 ‘리얼밸류 스토리’는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와 오버랩된다.
공교롭게도 성까지 같은 두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성과 공유나 사업 협력 차원에서 자리를 함께하기도 해 이종(異種)기업간 이상적인 협력 사례로 손꼽힌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포스코인재창조원에서 열린 ‘2022 포스코포럼’에서 그룹사 임원들에게 ‘리얼밸류 스토리’라는 화두를 던졌다.
포스코포럼은 최정우 회장 취임 2년차인 2019년부터 포스코가 매년 개최하는 토론의 장이다. 그룹사 전 임원이 참석해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조망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만든 이천포럼과 유사한 점이 많다. SK그룹 CEO 세미나와도 성격이 겹친다.
그룹의 수장이 경영 화두를 던지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유사성을 갖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열린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최 회장의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고객, 투자자,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적합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포스코포럼에서 최정우 회장이 제시한 ‘리얼밸류 스토리’도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와 맥을 같이 한다. ‘리얼밸류’라는 용어 자체는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이를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제시한 게 ‘리얼밸류 스토리’다.
리얼밸류는 기업활동으로 창출되는 유무형 가치의 총합이자 포스코그룹이 가진 미래 성장 잠재력을 의미한다.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주식가치와 함께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창출한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의 총합이다.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재무적인 성과를 넘어 기업활동으로 창출하는 가치’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리얼밸류 스토리와 파이낸셜 스토리의 접점은 크다.
두 기업 수장의 경영철학도 큰 부분에서 일치한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와 최정우 회장의 ‘기업시민’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동일한 지향점을 갖는다.
사회적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할 때 남들 보다 먼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종종 서로의 경영 철학과 성과를 공유하기도 한다.
둘의 첫 만남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19년 8월이었다. 양사 경영진과 함께한 최태원‧최정우 회장은 SK그룹과 포스코그룹 계열사간 사업 협력 논의 뿐 아니라 경영철학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우 회장은 최태원 회장과의 만남 이후 기자들에게 “SK그룹의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공유하는 점이 많아 SK와 상견례를 했다. 공통된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해 12월에는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에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최정우 회장의 ‘기업시민’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최태원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최정우 회장과 ‘희망나눔 도시락’을 함께 만들고 독거노인 가정에 전달하는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중단된 포항, 광양 지역 무료급식소 이용자들에게 간편식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포스코가 또 다른 지원 방안을 강구하던 중, 최태원 회장이 최정우 회장에게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 같은 양질의 도시락을 취약계층에게 제공하자고 제안함에 따라 추진된 일정이었다.
당시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의 ‘기업시민’과 SK의 ‘사회적 가치’는 서로 뜻하는 바가 맞닿아 있다. 기업시민으로서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들을 이끄는 두 수장의 의기투합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ESG가 보편적인 가치로 확산되기 이전부터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면서 “다른 기업이나 경영인의 것이라도 가치가 충분하다면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