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우, 후원 계약 체결 당시 성남FC 대표로 재직…2대 성남FC 대표
"후원금 유치 과정은 전혀 몰라…정진상과 당시 마케팅 실장이 다했다"
"후원금 유치, 시민구단 자생력 없애 버리는 것…대가성 여부 법적으로 판단해야"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의 기업들이 성남FC에 후원금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재직했던 곽선우(현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 전 성남FC 대표가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자신에 대한 진술 조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수사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곽 전 대표는 "경찰이 3년 6개월가량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는데 부실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여전히 그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후원금 약 160억원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곽 전 대표는 이들 기업의 후원금 계약이 체결되던 2015년부터 1년간 성남FC 대표로 재직했다. 그는 2014년 12월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정 실장은 안양FC 창단을 이끈 곽 전 대표에게 성남FC 마케팅 등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성남FC 대표 자리가 갑작스럽게 공석이 되면서, 곽 전 대표가 2대 성남FC 대표를 맡게 됐다.
그는 "경찰이 오랫동안 (성남FC) 사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를 부르지 않아 '계약 체결이 이뤄졌을 당시 사장이었던 나를 어떻게 한 번도 부르지 않을 수가 있지' 싶었다"며 당시 경찰 수사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2018년 고발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3년 넘게 수사했으나,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발인 이의신청에 따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는데, 이때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가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수차례 묵살해 '수사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일로 당시 성남FC 사건 수사 여부를 검토하던 박하영 차장검사가 사임하기도 했다.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지난 5월 강제수사로 전환해 보완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후 지난 13일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곽 전 대표는 지난 24일 검찰에서 10시간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수사기관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곽 전 대표를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검찰은 최근 곽 전 대표를 비롯해 성남FC 전직 임직원들을 잇달아 부르면서 후원금 지원 이유와 유치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곽 전 대표는 "후원금 유치과정은 전혀 모른다. 정 실장과 당시 마케팅 실장이 다했다"며 "계약 체결이 거의 성사됐을 무렵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에는 구단 운영에 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가 나서서 후원금을 유치해줘 고마웠다"며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니 시민구단의 자생력을 없애버린 것이다. 시가 적당히 도와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후원금을 내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 의혹의 내막을 제가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안 되는 걸 되게 해줬다기보다 시청이 갑질 안 하고 행정처리를 빨리해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법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두산건설과 성남FC, 성남시청 등 사무실과 정 실장 자택 등 20여곳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 26일에는 네이버와 차병원 등 10여 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당초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네이버와 차병원 등에 대해서도 강제수사가 이뤄지면서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