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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기업 대출 사상 첫 200조…금리 인상에 '벼랑 끝'


입력 2022.10.14 06:00 수정 2022.10.14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코로나 이후에만 27조 급증

좀비 기업 속출 우려 '비상'

금리 인상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대기업에게 내준 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만 5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빚에 의존해 코로나19를 버텨 온 곳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 가파른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대기업 역시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더 이상 대마불사 논리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20개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총 206조8410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29.6%(47조25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은행별 추이를 보면 우선 KDB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77조327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0.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KB국민은행이 44.9% 늘어난 21조5133억원으로 대기업 대출이 많았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이 17조9139억원으로, 우리은행이 17조3912억원으로 각각 44.2%와 16.0%씩 증가하며 대기업 대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하나은행 16조8446억원 ▲신한은행 16조3957억원 ▲NH농협은행 15조621억원 ▲IBK기업은행 7조7477억원 ▲SC제일은행 5조6619억원 ▲DGB대구은행 3조5137억원 등이 대기업 대출 잔액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은행권 대기업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문제는 이처럼 대출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와중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비용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신용도가 높고 재무 여력이 튼튼한 대기업마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금리가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이번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달 8~18일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 사정 인식조사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는 평균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러한 조사 결과에 기반 해 기준금리가 3.0% 이상까지 치솟게 되면 결국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이 어려운 기업이 59.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 가까이가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번 연속으로 단행하면서, 한은을 향한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4.4%로 예상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에 이 같은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1.25%p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11월과 12월의 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일부 대기업 여신에서도 부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한 건 한 건의 규모가 큰 대기업 대출의 특성 상 일부 건에서만 연체가 발생해도 대규모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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